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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의 아세안 에너지 워치] 베트남 전력시장, 243호 개정의 의미 - 문턱은 낮추고 가격은 시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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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
19시간 10분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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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정부의 전력시장 개혁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2026 6 26일 공포된 시행령 제243호는 직접전력구매계약(DPPA)의 참여 문턱은 낮추고 가격은 시장에 맡기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했다. 참여 자격을 확대하고 가격상한을 없애는 한편 등록 절차를 단순화하고 옥상태양광 잉여전력 판매도 확대했다. 지난 1년간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DPPA를 본격적인 시장으로 키우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먼저 이번 시행령의 배경부터 살펴보자. 베트남은 2017년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즉 정부가 재생에너지 전력을 정해진 가격에 장기 매입해주는 제도로 태양광 붐을 일으켰다. 그러나 국영 전력공사 EVN이 발전사에게는 비싸게 사고 소비자에게는 규제된 낮은 요금으로 팔아야 하는 구조 탓에 막대한 손실을 떠안았다.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DPPA. EVN이 발전사로부터 직접 전력을 매입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전력망 운영과 정산 역할에 집중하도록 하는 구상이었다.


지난 1년의 성적표

DPPA 제도는 이미 한 차례 정비를 거쳤다. 2024 7월 첫 시행령(80)으로 도입됐고, 2025 3월 이를 대체한 제57호로 자격과 대상을 넓혔다. 그런데도 성과는 저조했다. 2026년 초까지 국가 전력망을 통한 계통연계형(합성) DPPA는 단 한 건 완료됐다. 삼성과 현지 발전사 TTC의 거래다. 계약 체결은 60건을 넘었지만 대부분은 소규모 옥상태양광 사업에 머물렀고, 실제 계통연계형 DPPA가 운영 단계까지 진입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시장이 반응하지 않은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 EVN의 불투명한 정산 구조였다. 둘째, 전력 사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검증하고 거래를 정산할 디지털 인프라가 부족했다. 셋째, 무엇보다 과거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보조금 소급 인하 분쟁이 투자자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 정부는 2023년 말 일부 FiT 승인 과정에 법적 하자가 있었다며 173개 프로젝트의 보조금을 25~46% 소급 인하하겠다고 나섰고, 이 분쟁은 지금도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근본적인 장애물이 하나 더 있었다. 월평균 소비량 200,000kWh라는 참여 자격이다. 이 기준을 넘는 곳은 대형 제조업체와 다국적 기업으로 사실상 국한됐다. 재생에너지를 쓰고 싶어도 자격이 안 되는 산업단지 중소기업이 대거 배제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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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소비 기준 10분의 1

이번 개정의 핵심 중 하나는 기준을 대폭 낮췄다는데 있다. 물리적 DPPA의 월평균 소비 기준이 2026 7 20일부터 200,000kWh에서 20,000kWh로 내려간다. 10분의 1이다. 그동안 배제됐던 산업단지 입주 중소기업이 대거 참여 대상에 들어온다.

재생에너지 수요가 더 이상 대형 소비자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RE100 CBAM 같은 국제 규범이 공급망 전체로 확산되면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 협력업체도 녹색 전력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이들은 개별적으로 월 200,000kWh를 채울 수 없었다. 문턱 인하는 이 저변의 수요를 시장으로 흡수한다. 산업단지·클러스터의 전력소매업자가 새 참여 주체로 추가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지 안 여러 입주 기업의 수요를 묶어 녹색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 모델이 열렸다.

초대형 소비자 쪽 문도 넓혔다.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과 전기차 배터리 교환소 사업자가 합성 DPPA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 사용량이 막대하고 RE100 요구가 강하며 장기 고정가격 계약을 선호한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는 이미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반면 베트남은 관심은 끌었지만 실제 투입은 인접국보다 신중했다. EVN 중심의 단일 구매 구조로는 청정 전력 대량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앞서 베트남은 2024년 신 통신법으로 데이터센터 외국인 100% 지분 소유를 허용한 바 있다. 지분 개방과 전력 직거래를 연계해, 인접국으로 향하던 빅테크 데이터센터 투자를 베트남으로 끌어오려는 전략적 계산이다.


가격 상한 폐지

이번 개정의 두번째 핵심은 가격상한 폐지이다. 전력가격을 정부가 제한하지 않고 계약 당사자가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바꾸었다. 상한이 없어지면 발전사업자가 장기계약의 수익률을 확정할 수 있고, 이는 곧 금융조달이 수월해진다는 뜻이다. 다만 제도의 출처를 짚을 필요가 있다. 가격상한 폐지는 이미 2025 12월 국회가 통과시킨 결의안 제253(2026 3 1일 발효)에 규정된 내용이고, 243호는 이를 시행령으로 옮긴 것이다. 즉 가격 자율화는 행정부의 재량이 아니라 입법부가 정한 방향이며, 정책이 다시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를 행정부가 아닌 국회의 입법으로 완화하려는 신호라는 의미가 크다.


그 밖의 조치들

절차 간소화 역시 중요한 변화이다. DPPA 등록절차를 7단계에서 3단계로 줄였다. 계통형 DPPA 등록과 도매전력시장(VWEM) 참여 심사를 하나의 서류, 한 번의 심사로 통합한 덕분이다. 이는 베트남 투자의 고질적 장애물인 행정 지연을 줄이려는 조치다. 판매 가능한 잉여전력도 확대했다. 옥상태양광의 경우 기존 잉여전력 판매가 20%에서 이번에 50%까지 허용되었다. 2030년 말까지는 전력망의 수용 능력과 안전 운영이 확보되면 50%를 넘겨 팔 수도 있다. 개인과 기업 모두 태양광 확대설치 유인이 커진 셈이다.


물론 실행에는 한계가 있다. 송전망 부족과 계통 제약, FiT 분쟁으로 훼손된 투자자 신뢰 회복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제도를 그대로 두지 않고 불과 1년 만에 손질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과거의 시행착오를 빠르게 수정해 나가는 베트남의 정책 대응이 투자자와 시장에 보내는 긍정적인 신호라는 점은 분명하다.

고영경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연구교수 / 아시아비즈랩 연구소장


[글쓴이 소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지역학 석사를,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재무 전공) 학위를 받았다. 10여 년간 말레이시아 현지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조교수와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디지털통상연구센터 연구교수이자 아시아비즈랩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아세안 슈퍼앱 전쟁》, 7UPs in Asia》 등이 있으며, 기업 스토리텔러 및 중앙일보 〈마켓 나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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