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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의 아세안 에너지 워치] 인도네시아의 야심찬 태양광 100GW 프로젝트, 이번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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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
3시간 10분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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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25일,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발리 서부 젬브라나(Jembrana)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길리마눅 태양광 발전소(PLTS Gilimanuk)가 들어서는 현장에서 인도네시아 정부의 ‘100GW 태양광 프로그램’ 출범을 알리는 기념식이 열렸기 때문이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이날 향후 3년 이내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완공해 에너지 자립을 증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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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ESDM


인도네시아가 지금까지 구축해온 태양광 발전 규모를 생각하면 대담한 목표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누적 태양광 발전용량은 약 1.5GW 수준이다. 여기에 100GW의 태양광 발전용량을 새로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설치한 규모의 60배가 넘는다.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이 태양광을 선택한 이유


인도네시아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런데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2025년 약 5억 톤의 열탄을 수출하며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의 지위를 유지했다. 생산량으로도 세계 3위의 석탄 생산국이다. 석탄이 풍부한 나라가 대규모 태양광 확대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인도네시아의 100GW 프로그램은 단순한 탈석탄 정책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프라보워 대통령이 강조하는 핵심 단어는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안보다. 인도네시아는 석탄·석유·가스를 모두 보유한 자원국이지만, 유전 노후화로 원유 생산은 줄고 수요는 늘면서 정제시설 부족과 함께 석유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연료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국제 유가가 상승할 때마다 재정부담도 커지는 구조다. 자원부국이지만 국제 유가 변동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전력 시스템에는 여전히 디젤 발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약 12.6GW의 발전설비가 디젤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디젤 발전을 태양광으로 대체해 연료 소비와 수입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인도네시아의 지리적 특수성도 중요한 요인이다. 1만7,5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국가에서는 전력 공급 자체가 비용의 문제가 된다. 전력망(Grid)이 연결되지 않은 지역이나 외딴 섬에서는 디젤 발전이 주요 전력원 역할을 해왔지만, 발전을 위해 연료를 계속 운송해야 한다. 외딴 섬일수록 연료 운송과 발전 비용도 높아진다.


태양광은 이런 구조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연료를 계속 수입하거나 여러 섬으로 운송하지 않고 현지에서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배터리를 결합하면 생산한 전력을 저장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100GW 프로그램을 농촌과 전력망이 닿기 어려운 지역의 전력 공급 확대와 연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발리에서 시작한 100GW 프로젝트


100GW 프로그램의 출발점이 된 곳도 발리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발리의 길리마눅에서 추진되는 태양광 발전소는 ‘Fat Burning Bali’ 프로그램의 하나다. 기존의 석유연료 발전을 태양광으로 대체하는 것이 핵심이다. 길리마눅 프로젝트는 300MWp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와 1,000MWh 규모의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를 결합한다. 약 321헥타르 부지에 건설되며 연간 470G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연간 15만1,000킬로리터의 연료를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는 발리에 1GW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가 추진되면 섬 전체의 디젤 발전기를 없앨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GW 태양광 발전을 5개 클러스터로 나누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발리뿐만이 아니다. 8월 25일 출범식은 길리마눅 현장과 함께 중부 자바의 가자 문쿠르(Gajah Mungkur) 수상태양광 발전소, 리아우제도(Riau Islands)의 바탐 슴부르(Sembur) 마을, 방카벨리퉁(Bangka Belitung)의 렝깃(Rengit) 섬에서도 동시에 진행됐다.


인도네시아에서 속도전을?


그렇다면 이번에는 실제로 속도를 낼 수 있을까. 인도네시아 정부는 2009년 이후 꾸준히 재생에너지 확대를 약속해왔다. 그러나 실행은 더뎠고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체 발전설비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은 아직 17.9% 수준이고, 태양광 발전용량은 약 1.5GW에 그친다. 태양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 미만이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지난해 발표한 ‘2025~2034년 전력공급사업계획(RUPTL)’을 통해 태양광 확대 계획을 제시했다. 이후 국제유가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라는 대통령의 주문이 이어졌다. 정부는 2026년에만 30GW의 태양광 발전용량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까지 발표된 14개 태양광 프로젝트 가운데 2개는 이미 운용 중이고, 6개는 건설 단계에 들어갔다. 나머지 6개는 투자 유치가 필요한 단계다. 이들 프로젝트의 전체 투자금액은 약 135조 루피아, 미화 76억2천만 달러에 달한다. 100GW 전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약 1,140조 루피아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인도네시아의 태양광 확대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달라진 것은 이번에는 목표의 규모가 훨씬 크고, 정부가 구체적인 프로젝트와 함께 3년이라는 시한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목표를 내세우는 ‘선언’과 실제 발전소를 짓고 가동하는 ‘실행’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인도네시아가 과거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넘지 못했던 불리한 요금 구조, 자국산 부품 사용 요건, 취약한 송배전망 등 여러 장애물도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무상급식부터 원자재 채굴과 가공·수출입에 이르기까지 국가 통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왔다. 신재생에너지 전환에서 늘 벽에 부딪혔던 인도네시아가 이번엔 다를까. 구도를 깨는 것은 결국 정책 의지다. 프라보워의 주문이 속도전 선언에 그치지 않고 태양광 확대를 위한 전력시장 구조 개선으로 이어질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

고영경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연구교수 / 아시아비즈랩 연구소장


[글쓴이 소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지역학 석사를,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재무 전공) 학위를 받았다. 10여 년간 말레이시아 현지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조교수와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디지털통상연구센터 연구교수이자 아시아비즈랩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아세안 슈퍼앱 전쟁》, 7UPs in Asia》 등이 있으며, 기업 스토리텔러 및 중앙일보 〈마켓 나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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