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경의 아세안 에너지 워치] 인도네시아 정부 지원 전기 요금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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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4GW 잠재력의 나라, 태양광은 왜 0.5%에 멈췄나
이유는 장기계약과 요금제의 구조적 함정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섬나라 인도네시아는 적도 위에 동서로 5천 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져 있다. 연중 풍부한 일조량 덕에 태양광 발전 잠재력은 3,294GWp(최대출력)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니 정부가 추진하는 태양광 100GW 프로젝트가 지나치게 야심찬 계획이라 하더라도 허무맹랑한 꿈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아직까지 태양광 발전 비중이 0.5%에도 미치지 못하는 걸까. 태양광 발전 설치비용이 문제라기보다는 석탄화력과의 장기계약 그리고 요금구조에 있다.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인 전기요금부터 살펴보자. 인도네시아의 전기요금은 2017년 이후 대부분의 고객군에서 사실상 장기간 동결돼 왔다. 450VA와 900VA 저전력 가구에는 정부 보조금으로 요금을 원가 이하로 보전해 준다. 그 위의 1,300VA 이상 비보조 고객은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령 7/2024에 따라 환율·유가·물가·석탄가격 네 지표로 분기마다 요금을 조정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2026년 들어 1·2·3분기 모두 동결됐다. 특히 3분기는 환율이 달러당 1만6,959루피아, 인도네시아 원유가격(ICP)이 배럴당 96달러를 넘어 조정 요건이 충족됐는데도 정부는 "구매력 유지와 경제 안정"을 이유로 요금을 묶었다.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은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규모다. 국영전력공사 (PLN) 가정용 고객 약 8,400만 호 가운데 450VA 및 900VA 고객이 약 6,270만 호로 4분의 3을 차지한다. 이들 저전력 고객을 중심으로 정부의 전기요금 지원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경기 부양 등을 위한 한시적 요금 할인까지 더해지면서 전체 가정용 고객의 70% 이상이 정부의 전기요금 지원을 받는 구조가 됐다. 여기에 비보조 고객 요금까지 동결하면서, 정부는 원가 이하로 판 데 따른 손실을 PLN에 사후 보상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 보상금은 2020년 코로나를 계기로 전 고객 요금을 동결하면서 2021년 24.6조 루피아였던 보상금은 2024년 100조 루피아를 넘어 3년 만에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보상금과 취약계층 보조금을 합친 정부 부담은 2024년 약 15조 원에서 2026년 22조 원 안팎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두 번째 구조적 문제는 장기매입계약이다. PLN은 대규모 석탄화력 민간사업자(IPP)들과 Take-or-Pay(인수 또는 지급) 조건에 합의했다. PLN이 전력을 실제 쓰지 않더라도 계약된 전력량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전력 공급 과잉 지역에서 불필요한 전력을 구매하느라 예산을 쓰고, 정작 필요한 지역이나 송배전 사업에 투입할 여력도 압박받게 된 것이다.
여기에 석탄 가격 자체도 시장가격과는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정부는 석탄 생산업체의 생산량 가운데 25%를 국내시장에 공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국내 발전용 석탄에는 톤당 70달러의 가격상한을 적용하고 있다. 2025년 국내 배정 물량은 2억5,400만 톤이었고, 상한가 70달러는 당시 시장가격 104달러의 3분의 2 수준이었다.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는 이 상한가로 정부가 2025년 한 해 약 15억 달러(2조 원)의 로열티 수입을 포기했고, 석탄업계는 약 86억 달러(13조 원)의 매출 기회를 잃은 것으로 추산했다. IISD 추산으로는 이러한 암묵적 지원 규모가 국제 석탄가격이 치솟은 2022년 200조 루피아(약 120억 달러)를 넘었다.
이처럼 정부 지원에 크게 의존하는 요금제는 국민들이 원가 이하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대신 재생에너지 전환에도 제약을 준다. 전기요금이 낮으면 태양광의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지고, PLN의 재무 부담도 커진다. 여기에 국제 석탄가격이 오르면서 국내가격과의 차이로 생산업체가 국내공급보다 수출을 우선할 유인도 커졌다. 국내공급 의무가 있어도 배정량이 실제 계약과 배송으로 이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프라보워 대통령이 내세운 에너지 자립의 깃발이 태양광의 진입을 가로막는 구조를 완전히 제거한 것도 아니다. 재생에너지 전력구매에는 여전히 가격상한이 있고, 지붕 태양광 역시 2024년 제도 변경으로 계통에 보낸 전력과 사용한 전력을 상계하는 방식이 폐지되면서 신규 연결이 연간 개발 쿼터에 묶였다. 원대한 인도네시아 태양광 100GW 프로젝트의 성패는 결국 이러한 구조적 걸림돌을 얼마나 제거하느냐에 달려 있다.
고영경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연구교수 / 아시아비즈랩 연구소장
[글쓴이 소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지역학 석사를,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재무 전공) 학위를 받았다. 10여 년간 말레이시아 현지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조교수와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디지털통상연구센터 연구교수이자 아시아비즈랩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아세안 슈퍼앱 전쟁》, 《7UPs in Asia》 등이 있으며, 기업 스토리텔러 및 중앙일보 〈마켓 나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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