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단, 레스코 60여개사 과거 부정대출 이력 조사…시공업계 '사후 제재' 반발
본문
243개 등록기업 중 60여개사 조사 대상…과거 업계약서 작성 이력 확인
업계 “선정 당시 없던 결격 기준 사후 적용 부당”…햇빛소득마을 사업 차질 우려
한국에너지공단이 햇빛소득마을 사업에 참여하는 재생에너지종합서비스기업(ReSCO·레스코)의 과거 부정대출 관련 이력 조사에 착수하면서 태양광 시공업계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레스코 선정 당시 명시되지 않았던 결격 사유를 근거로 자격을 제한할 경우 이미 추진 중인 마을 사업까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공단은 현재 등록된 레스코 243개사 가운데 과거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에서 이른바 '업계약서' 작성 이력이 있는 60여개사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다. 업계약서는 실제 공사비보다 계약금액을 부풀려 작성한 계약서로, 과거 일부 태양광 시공 현장에서 금융지원 대출 규모를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정부는 2022년부터 관련 사업을 점검해 왔으며, 2023년 발표한 2차 점검에서는 3010건, 4898억원 규모의 위법·부적정 사례를 적발한 바 있다.

햇빛소득마을의 모범 사례로 알려진 구양리 마을 현장을 방문한 송미령 장관
이번 조사는 최근 국회에서 제기된 레스코 자격 검증 부실 논란과 맞물려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 금융지원사업에서 부적정 대출에 연루된 기업이 레스코로 등록된 사실을 지적하며 자격관리 강화를 요구했다. 공단은 관련 기업인 세이브에너지에 금융지원사업 참여 제한 조치를 내린 데 이어 지난달 레스코 자격도 제한했다. 이후 유사한 이력이 있는 기업들로 조사 범위가 확대되면서 추가 제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공업계는 과거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과 현재의 사업 참여 자격은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당시 공모 기준에 관련 결격 사유가 명시되지 않았음에도 선정 이후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행정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형사처벌을 받았거나 제재가 종료된 사안까지 다시 문제 삼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형사처벌과 행정상 사업 참여 제한은 별개의 법적 절차인 만큼 개별 기업의 위반 사실과 제재 이력, 관련 규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햇빛소득마을 사업에 미칠 파장이다. 레스코는 마을 발굴부터 발전소 설계·시공, 인허가, 자금조달, 운영관리까지 사업 전반을 지원한다. 이미 주민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계통접속 협의와 설계 등에 비용을 투입한 기업이 자격을 상실하면 사업 지연은 물론 계약 해지와 비용 정산을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 역시 선정 단계에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공단의 책임을 지적하며, 현재 제재 중인 기업과 처벌이 종료된 기업을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너지공단은 개별 기업의 조사 결과와 제재 상황에 따라 후속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자격 제한 기업이 수행하던 사업을 다른 레스코가 승계할 수 있도록 운영지침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업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계약상 책임과 비용 문제까지 해결될지는 불투명하다. 업계에서는 신규 참여기업에 대한 검증 기준은 강화하되, 기존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정된 기업에는 경과조치를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부정행위에 대한 엄정한 관리와 함께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사업에 참여한 기업과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 운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