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100GW 목표, 계통 포화에 발목… “지역 전력시장 전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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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100GW 보급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생산의 핵심 지역인 호남과 제주에서는 신규 설비 접속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송·변전 계통 포화로 인해 재생에너지 확대가 오히려 지역에서 제약받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솔루션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의 병목 원인을 기술이나 주민 수용성 문제가 아닌 중앙집중형 전력시장 구조에서 찾았다. 보고서는 2023년 기준 약 30GW 수준인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2030년까지 3배 이상 확대해야 하지만, 현재의 전력시장과 계통 운영 방식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국전력은 2024년 계통 포화를 이유로 전국 205개 변전소를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호남과 제주는 모든 변전소가 포함되면서, 송·변전 설비가 완공되는 2031년까지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의 계통 접속이 원칙적으로 제한됐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집중된 지역이 동시에 확장의 병목으로 묶이는 모순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전력 당국은 초고압 송전망 확충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보고서는 이 접근의 한계를 지적했다. 345kV 송전선 건설에는 평균 9년 이상이 소요되고, 주민 반발과 인허가 지연으로 계획된 사업 다수가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송전망 중심 해법만으로는 2030년 목표에 맞춘 수용 여력 확보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대안으로 보고서는 지역 PPA(전력구매계약)와 지역 유연성 시장 도입을 제안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의 99%가 10MW 미만의 소규모 설비로 배전망에 연결돼 있는 점에 주목해, 배전계통을 활용한 지역 내 전력 생산·소비·거래 구조를 구축하면 대규모 송전망 증설 없이도 재생에너지 수용을 확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파주시의 지방정부 주도 지역 PPA 사례는 지역 기반 전력 거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또 현행 직접 PPA 제도가 중소기업과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며, 집합형 PPA 허용과 지역 내 전력 거래에 대한 망 이용요금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방정부와 지역 에너지공사가 전력공급사업자나 가상발전소(VPP) 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경우,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솔루션은 전력망 논쟁을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닌 에너지 전환의 주체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로 규정했다. 지역이 전력 생산과 소비, 거래의 주체가 되는 전력시장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과 지역 균형발전 모두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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