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루의 시선] 재생 에너지 1위, 원전 2위…에너지 여론을 오독해온 정치와 언론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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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신규원전 계획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향후 확대가 가장 필요한 발전원으로 재생에너지가 1위, 원자력이 2위를 기록했다. 이 결과는 단순한 선호 조사라기보다 국민이 에너지 전환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순위의 변화가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동시에 상위에 위치했다는 구조다.
실제 조사 결과를 보면 이 인식은 수치로 확인된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향후 확대가 필요한 발전원으로 재생에너지를 꼽은 응답은 48.9%로 가장 많았고, 원자력은 38.0%로 뒤를 이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재생에너지가 43.1%, 원자력이 41.9%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두 조사 모두에서 재생에너지가 1위, 원전이 2위라는 순서는 동일했다. 이는 특정 진영의 주장이라기보다 국민 다수가 공유하는 인식에 가깝다.
재생에너지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미래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이유로는 ‘친환경성’과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는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전환이 환경 담론을 넘어 산업과 세대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원전에 대한 인식은 보다 복합적이다.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에 대해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필요하다’는 응답이 89.5%,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82.0%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원전을 무조건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의 추진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는 찬반이 보다 분명히 갈렸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추진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69.6%, ‘중단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22.5%였고,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추진 61.9%, 중단 30.8%로 나타났다. 원전은 필요하지만 조건 없는 확대 대상은 아니라는 인식이 드러난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원전 선호의 회귀’나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 수치가 보여주는 것은 국민이 한쪽을 선택했다는 결론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을 단계와 역할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는 미래의 중심이고 원전은 현실의 보완 수단이라는 인식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여전히 이 문제를 이념의 언어로 단순화해왔다. 탈원전과 친원전이라는 구호는 정책 설계와 전력 시스템 논의보다 앞서 소비됐고, 에너지 믹스는 기술과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진영 선택의 문제로 포장됐다. 그 결과 실제 여론의 결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 결과는 그 단순화에 대한 반론에 가깝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가장 많은 응답이 몰리면서도 원전이 근소한 차이로 뒤따르는 구조는 갈라진 여론이 아니라 현실적 판단을 보여준다. 국민은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라는 질문 자체를 현실적인 질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에너지 정책 논의가 다시 국민 인식과 어긋나지 않으려면 질문의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어떤 발전원이 옳으냐를 묻는 대신 어떤 비율과 속도로 전환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비용과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정치적 상징이나 진영 논리가 끼어들 여지가 크지 않다.
재생에너지 1위, 원전 2위라는 결과는 정책 실패의 증거도 특정 진영의 승리도 아니다. 이는 에너지 문제를 이념이 아니라 결과와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는 국민 인식의 단면이다. 여론은 이미 한발 앞서 있다. 이제 그 현실을 따라가야 할 쪽은 정치와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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