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루의 시선] COP30(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 한국에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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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한국시간 11월 23일 폐막했다. 파리협정 채택 10주년을 계기로 열린 이번 회의는 전 세계 5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후 대응의 실행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집중됐다. 협상은 당초 일정보다 하루 늘어난 철야 논의 끝에 ‘무치랑(Mutirão·공동협력)’ 결정문을 채택하며 마무리됐고, 이는 과학적 근거와 형평성, 다자협력 원칙을 토대로 기후위기 대응 속도를 높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가장 치열한 논쟁은 전지구적 적응목표(GGA)를 둘러싸고 벌어졌다. 기후적응 상태를 계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체계 도입이 핵심이었으며, 100개 이상 제안된 후보 지표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재원 불균형 논쟁 끝에 최종 59개로 정리되었다. 물·보건·생태계·정주지·빈곤 등 지표가 구조화되었고 실제 적용은 향후 2년간 기술 작업반을 통해 검증·조정이 계속될 예정이다. 이는 기존의 선언 중심 정책에서 데이터 기반 적응 정책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논의에서는 화석 연료 기반 발전소의 단계적 종료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일부 국가는 석탄발전 종료 시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자고 요구했으며, 다른 국가는 국가별 전력 구조 차이와 전력 안보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최종 합의는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을 출범하고 내년 SB64(UNFCCC 부속기구 제64차 회의)에서 구체적 운영 절차를 논의하는 방향으로 모아졌다. 발전소 폐쇄는 ‘갑작스러운 멈춤’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전력 체계가 함께 이동하는 전환’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인되었다.
전지구적 이행점검(GST)에서는 과학자료 기반 정책 설계와 재원 배분의 균형을 두고 여전히 입장 차가 드러났다. 일부 국가는 감축·적응·재원 모두를 균형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고 개도국은 실질적인 재원 확보가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감축·적응·재정 등을 모두 포괄하되 재원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절충안이 합의되었으며 GST 논의는 2026~27년 대화체 운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또한 이번 회의에서 대응조치(Response Measures) 의제가 새롭게 부상했다. 이는 기후 정책과 무역 정책 간의 관계를 다루는 영역으로 탄소국경세(CBAM) 등 국제 무역 규제가 UNFCCC 틀 안에서 논의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의견이 갈리는 민감한 사안이지만 공식 의제화되면서 향후 기후 정책이 무역장벽으로 변하는 흐름이 더 투명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 대표단도 참여했으며 한국은 환경건전성그룹(EIG)을 기반으로 협상 그룹 간 입장 조율과 합의 도출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파리협정 제6.4조 감독기구 위원직 등 국제기구 참여를 확대하며 다자 협상의 연결자 역할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COP30의 최종 메시지는 선언보다 절차, 약속보다 실행을 요구한다는 데 있다.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석탄·LNG 등 화석연료 발전 의존을 줄이지 않는 한, 한국은 미래의 저탄소 경제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위험이 높다는 점이다. 발전소 폐쇄는 단순한 설비 철거가 아니라 해당 지역·인력·전력체계가 함께 이동하는 완만하고 계획적인 변화여야 하며, 지금 필요한 것은 석탄발전 종료 시점과 지역 전환 계획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혀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일이다.
COP30은 한국에 “에너지 전환을 늦게 하는 것이 이제 가장 위험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는 환경을 위한 요구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전력 안보, 산업 신뢰도까지 포함한 종합적 생존 전략의 문제이다. 한국이 앞으로의 COP 과정에서 어떤 전환 의지를 보여줄지에 따라, 한국의 에너지 체계와 경제 구조는 향후 10~20년간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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