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루의 시선] 태양광 산업, 순환 경제의 영역에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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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산업을 둘러싼 정책 언어가 달라지고 있다. 보급, 확대, 설치라는 단어 대신 효율, 관리, 전 주기라는 표현이 전면에 등장했다. 최근 순환경제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재생에너지 정책에서 태양광은 더 이상 ‘늘려야 할 설비’가 아니라 ‘관리해야 할 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1월 26일 ‘일상부터 산업까지 아우르는 순환경제로 지속가능한 탈탄소 사회를 견인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정책 방향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서 태양광은 단순한 발전 설비가 아니라 순환경제 체계 안에서 관리돼야 할 자산으로 규정됐다. 정부는 생산·설치 단계에 머물던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운영·유지관리·해체·재활용까지 포함하는 전 주기 관리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시한 순환경제 기조는 태양광 산업의 방향을 분명히 한다. 생산과 설치에 머물던 정책이 운영, 유지관리, 해체, 재활용으로 확장됐다. 표면적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조치지만 그 이면에는 산업을 선별하겠다는 의도가 함께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운영 산업으로의 전환은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로 작동하지 않는다. 효율과 관리 능력이 강조될수록 자본과 기술, 조직을 갖춘 사업자가 유리해진다. 반대로 소규모 사업자나 개인 투자자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아진다. 고효율 설비 적용, 출력 관리, 장기 성능 보증은 비용과 전문성을 요구한다. 효율을 기준으로 삼는 순간 기회의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신규 태양광 설치가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처럼 면적과 용량만으로 사업성이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 면적 대비 발전량, 계통 부담, 장기 열화 속도 같은 지표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효율이 낮은 신규 설비는 설치 자체가 허용되더라도 시장에서 환영받기 어렵다.
효율성은 중립적인 지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택의 언어다. 어떤 설비가 살아남고, 어떤 사업자가 시장에서 밀려나는지를 결정한다. 송전망 제약과 계통 포화라는 현실 속에서 효율은 합리적인 기준처럼 작동하지만 동시에 조용한 구조 조정의 도구이기도 하다.
태양광은 여전히 확대가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그 확대는 무차별적이지 않다. 이제 태양광은 친환경이라는 명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설계되고, 얼마나 오래 관리될 수 있는지가 향후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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