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유럽 공장에 ‘탄소청구서’ 온다…CBAM 비용, 공시보다 최대 70배 클 수 있어 > 정책/범

본문 바로가기

정책/범

현대차그룹 유럽 공장에 ‘탄소청구서’ 온다…CBAM 비용, 공시보다 최대 70배 클 수 있어

profile_image
정운 기자
2026-07-30 11:02 0

본문

현대차·기아 유럽 공장의 철강 관련 CBAM 비용 2030년 최대 9920만 달러 추정미공개 시 1 2900만 달러까지 확대 가능

현대차 공시액 21억 원은 “2030년 전망치라기보다 2026년 과도기 비용에 가까워

현대제철은 유럽 고객에 CBAM 비용 시나리오 설명현대차그룹 투자자에겐 산정 근거 충분히 공개 안 돼

기후솔루션, 한국 대표 제조기업일수록 공급망 탄소비용과 산정방식 투명하게 공개해야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공급망 탄소비용 관리와 공시 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럽 공장에서 부담하게 될 철강 관련 CBAM 비용이 회사가 공시한 수준보다 최대 70배까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핵심 산정 근거를 공개하지 않아 투자자의 리스크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CBAM 비용은 추상적인 규제가 아니라 실제 시장가격과 연동되는 비용이라는 점에서 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6년 2분기(4~6월) 적용 CBAM 인증서 가격을 톤당 75.36유로로 고시했다. 이는 EU 배출권거래제(EU ETS) 경매가격의 가중평균을 반영한 수치로, 향후 탄소가격이 상승할 경우 완성차와 철강업계가 부담해야 할 CBAM 비용도 함께 늘어나게 된다. 결국 탄소배출 저감과 저탄소 철강 조달은 환경경영을 넘어 기업 수익성과 직결되는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기후솔루션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체코공장과 기아 슬로바키아공장의 철강 관련 CBAM 비용은 2030년 기준 최소 5,950만 달러, 최대 9,920만 달러로 추산됐다. 한화로는 약 875억 원에서 1,460억 원에 이르는 규모다. 검증된 실제 배출량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EU 기본값에 30%의 가산이 적용될 경우 비용은 최대 1억2,900만 달러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da57e82455827bf5e4085ee179c14f7e_1785377066_1087.png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체코공장의 2030년 CBAM 관련 예상 비용을 약 21억 원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 수치가 2030년 적용 기준이 아니라 2026년 과도기 조건을 적용한 수준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2030년에는 CBAM 적용 비율이 현재보다 크게 높아지는 만큼 공시된 비용만으로는 향후 재무적 영향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용 규모보다 더 큰 문제는 공시의 투명성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철강의 탄소집약도, 차량 1대당 철강 사용량, 한국산과 유럽산 철강의 조달 비중, 고로와 전기로 생산 방식, CBAM 산정 방법론 등 비용 산출의 핵심 변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는 공시된 수치가 어떤 가정을 바탕으로 산출됐는지 독립적으로 검증하기 어렵고, 실제 재무 리스크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기아의 대응은 더욱 소극적이다. 슬로바키아 공장은 실무적 가정에 기반한 하한 추정치만으로도 현대차 체코공장보다 더 큰 CBAM 비용이 예상되지만, 기아는 별도의 비용 추정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현대차가 제한적이나마 수치를 제시한 것과 달리 기아는 핵심 생산거점의 부담 규모조차 밝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더욱 논란이 되는 부분은 그룹 내부에서 동일한 정보를 서로 다른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제철은 올해 초 독일과 체코, 슬로바키아 등 유럽 고객사를 대상으로 CBAM 설명회를 열어 철강의 탄소집약도와 배출 데이터, 비용 시나리오 등을 상세히 공유했다. 그룹 내부에는 이미 관련 데이터와 분석 체계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da57e82455827bf5e4085ee179c14f7e_1785377117_8294.jpg
 

 

그럼에도 같은 그룹의 투자자들에게는 동일한 수준의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데이터가 부족해서 공개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 범위를 선택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유럽 고객에게는 비용 시나리오까지 설명하면서 정작 주주와 투자자에게는 최소한의 숫자만 제시하는 태도는 투명경영과도 거리가 멀다.


현대차그룹의 대응은 글로벌 탄소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현재 CBAM은 완성차 자체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EU는 2028년 이후 자동차 부품 등 약 180개 다운스트림 제품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도가 확대되면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는 물론 기아의 상용차와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사업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CBAM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응 방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검증된 실제 배출량 데이터를 제출하면 30%의 추가 가산을 피할 수 있고, 현대제철의 저탄소 철강 전환과 전기로 확대, 수소환원제철 도입, 유럽산 저탄소 철강 조달 확대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나 수단의 부재가 아니라 대응 속도와 경영진의 문제 인식에 가깝다.


자동차 산업은 이미 품질과 가격 경쟁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를 지나 공급망의 탄소경쟁력이 기업 가치와 직결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은 완성차 업체의 원가와 수익성, 수출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유럽 고객에게는 상세한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시장과 투자자에게는 제한된 정보만 공개하고 있다. CBAM을 먼 미래의 규제로 취급하거나 과도기 비용만으로 장기 부담을 설명하려는 태도로는 급변하는 유럽 시장에 대응하기 어렵다.


CBAM은 더 이상 선언적 환경 규제가 아니다. 기업의 손익계산서에 직접 반영되는 현실의 비용이다. 현대차그룹이 불투명한 공시와 소극적인 정보 공개에 머문다면 감당해야 할 것은 탄소비용만이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 저하와 투자자 신뢰 상실이라는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39 건 - 1 페이지

열람중현대차그룹 유럽 공장에 ‘탄소청구서’ 온다…CBAM 비용, 공시보다 최대 70배 클 수 있어

현대차·기아 유럽 공장의 철강 관련 CBAM 비용 2030년 최대 9920만 달러 추정… 미공개 시 1억 2900만 달러까지 확대 가능현대차 공시액 21억 원은 “2030년 전망치라기보다 2026년 과도기 비용에 가까워”현대제철은 유럽 고객에 CBAM 비용 시나리오 설…

정운 기자 2026.07.30

중형 조선소 3사 ‘녹색전환’ 2.4조 지원 시 56조 효과·일자리 20만 개 추가 창출

지원 없으면 일감 84조 경쟁국 유출… 수주 잔량 소진되는 2029년이 분기점 이 대통령 “국제 경쟁은 생태계 경쟁...정부가 조선산업 생태계에 관심 가져야”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대·중·소 조선사 간 상생 생태계 구축을 강조한 가운데, 정부가 국내 중형 조선소…

정운 기자 2026.07.23

기후솔루션,국회 간담회서 "한국 저탄소철강 인증 기준, 고로 수명 연장 편법 배제해야" 보고서 발표

7일 국회 입법조사처 주최 철강 정책 간담회서 ‘녹색철강의 기준’ 새 보고서 발표인증 기준 불충분하게 마련되면, 거짓 녹색철강이 인증 획득하는 우회로만 열려매스밸런스(Mass Balance) 방식 지양, 성과 기반 탄소집약도 기준 등 주요 조건 제시기후솔루션이 7일 이…

정운 기자 2026.07.07

“무늬만 중점관리? 기후위험 관리 수준 오히려 역행”…국민연금, ‘기후 스튜어드십’ 실효성 도마에

기후위험 대화 대상 및 횟수, 2024년 29개사 → 2025년 13개사, 32회 → 20회로 모두 급감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공개 관여활동 8건, 주주제안 2회…기후 관련 공개 관여·주주제안은 전무국내 채권 28.6%만 책임투자 분류, 234조 원 대체투자 책임투자…

정운 기자 2026.07.06

한국, 재생에너지 100GW 시대 향해 가속…“화석연료 수입비 절반으로 줄인다...연간 18조 절감 가능”

한국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100GW 달성을 추진하면서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강화가 새로운 국가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 에너지 싱크탱크 Ember와 글로벌에너지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는 2일 발표한 공동 분석을 통해 한국…

정운 기자 2026.06.03

[긴급 분석] “100GW 시대” 내건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정부가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과 2035년 발전 비중 30%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 수도권·충청·강원권 GW급 대형 프로젝트, 산업단지와 공장지붕 태양광, 영농형 태양광, 공공 RE100 확대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중…

정운 기자 2026.05.20

'전기를 버리는 시대' - 태양광발전소 출력제어 급증, 재생에너지 산업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태양광발전소 출력제어(출력 제한)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재생에너지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제주를 넘어 육지 계통까지 출력제어가 확대되면서, 출력제어가 단순히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태양광발전 전력망 구조 전체에 한계가 드러난 게 아니냐는 …

김정윤 2026.05.11

영농형 태양광 길 열었지만…전력망·행정 장벽은 그대로

국회가 7일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의결했다. 농지 위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농사와 발전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핵심이다. 사업 주체는 실제 경작 농업인과 주민참여협동조합으로 한정했고, 농업진흥지역 밖 농지를 기본…

박담 기자 2026.05.08

“정책은 2040년, 재무계획은 2029년”…한전 석탄자산 공백 드러났다

기후솔루션(SFOC)이 발간한 이슈브리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 대전환’ 정책이 정작 핵심인 화석연료 자산의 장기 재무평가 없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발전공기업들이 2030~2040년 석탄발전 자산의 가동률과 조기폐쇄 손익, 탄소비용 반…

박담 기자 2026.05.07

“25년 전 설계에 묶인 전력시장…VPP·ESS, 기술 아닌 제도에 가로막혔다”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보급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전력계통은 이를 받아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발전 설비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송전망 확충은 지연되고, 남는 전기는 출력제어로 버려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27일 이슈브리프…

박담 기자 2026.04.28

햇빛이 넘치는 낮, 왜 태양광부터 멈추나…LNG 열병합발전,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는다

기후솔루션은 16일 이슈브리프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는 LNG 열병합발전’을 발간하고 재생에너지 확대 국면에서 LNG 열병합발전이 오히려 태양광과 풍력의 계통 수용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LNG 열병합발전은 전기와 열을 함께 만드는 방식으로 오랫동안 효율이 …

정운 기자 2026.04.16

산단·영농형 태양광, 임대차 갈등 가능성 높아…분쟁 상시화에 대비 필요

산업단지 지붕형 태양광과 영농형 태양광이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두 분야 모두 토지나 시설을 직접 매입하기 어려운 구조로 임대차 계약을 기반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보급 속도는 빠르지만 계약 구조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법적 …

박담 기자 2026.04.05

에너지믹스 논의의 핵심은 가격…재생에너지·원전 모두 유연성 요구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결합한 에너지믹스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발전 단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술 조합이나 비중 논의에 앞서 가격 경쟁력과 계통 대응 능력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람직한 에너지…

박담 기자 2026.01.08

경북·울산·충남 분산특구 추가 지정…태양광 중심 분산에너지 실증 확대

정부가 경북·울산·충남 지역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추가 지정하며 태양광을 포함한 분산형 전원 기반 전력 시스템 실증을 본격화한다. 이번 지정으로 분산특구는 기존 4곳에서 총 7곳으로 늘어나며, 비수도권 전력 수요 이전과 무탄소 분산형 전력 활성화가 기대된다.이해를 …

박담 기자 2025.12.27

내년 7GW 태양광 RE100 시장 유입 전망…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가 재편 신호

내년 상반기 국내 RE100 시장에 대규모 태양광 물량이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폐지와 재생에너지 입찰제 전환이 추진되면서, 그동안 현물시장에 머물던 태양광 전력이 RE100 이행 전력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마련되고 있…

정운 기자 2025.12.25
기사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