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밀어 올린 LNG 가격…한국 전기요금도 압박한다
본문
전쟁 전 10달러대 JKM, 최근 20달러 중후반까지 급등
국내 발전용 가스요금도 상승…8월 SMP 148.39원 기록
당장 요금 인상보다 한전 전력구입비 상승 압력이 먼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한국의 전력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공급 불안으로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발전용 가스요금과 전력도매가격(SMP)이 잇따라 상승하고 있다. 당장 전기요금 인상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한국전력의 전력구입비 부담을 통해 전기요금을 밀어 올리는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지표는 JKM(Japan Korea Marker)이다.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LNG 현물가격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전쟁 이전인 2월 말 JKM 선물가격은 MMBtu당 10.5달러 안팎이었다. 그러나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차질이 본격화되면서 3월 24일에는 20달러까지 상승했다. 불과 한 달 사이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있다. 전쟁 이전 이 해협을 통과하는 LNG는 세계 공급량의 약 20%에 달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LNG를 공급하는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 물량이 이곳에 집중돼 있다. 전쟁으로 이 통로가 흔들리자 충격은 곧바로 동북아 LNG 시장으로 번졌다. 올해 2분기 아시아 LNG 현물가격은 평균 17.5달러/MMBtu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상승했다. 6월 미국과 이란의 중간 합의 이후 한때 가격이 내려갔지만 공급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9월 들어 상황은 다시 악화됐다. 아시아 현물 LNG 가격은 전쟁 이전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높은 가격 때문에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 국가들이 LNG 사용을 줄이고 석탄과 원전 등 다른 발전원 이용을 늘리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제 LNG 가격 상승은 이미 국내 발전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발전사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가격은 올해 들어 빠르게 상승했다. 7월 일반발전사업자용 천연가스 요금은 GJ당 2만522.58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20% 이상 높아졌다. 9월에는 원료비와 공급비를 합한 가격이 GJ당 2만4806.69원까지 상승했다.
국제 LNG 가격 상승과 국내 발전용 가스가격 사이에는 시차가 존재한다. LNG를 계약하고 선박으로 운송한 뒤 국내에 도입해 발전용 연료가격에 반영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근 국제 LNG 가격 급등의 충격이 국내 발전원가에는 아직 모두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전력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올해 통합 SMP는 1월 kWh당 103.53원에서 2월 108.52원, 3월 109.99원, 4월 118.92원, 5월 121.32원으로 상승했다. 6월에는 114.10원으로 잠시 떨어졌지만 7월 133.80원, 8월에는 148.39원까지 뛰었다. 8개월 사이 약 43% 상승한 것이다.
물론 이를 모두 LNG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SMP는 LNG와 석탄 등 발전연료 가격뿐 아니라 전력수요와 발전기 가동 상황, 발전원별 공급 비중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여름철 폭염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도 7~8월 SMP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LNG 가격은 국내 전력시장에서 중요한 변수다. 전력수요가 높은 시간에는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높은 LNG 발전기가 한계발전기가 돼 SMP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발전용 가스가격이 오르면 LNG 발전기의 변동비가 상승하고 SMP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지는 이유다.
SMP가 오르면 가장 먼저 부담을 받는 곳은 한전이다. 한전은 발전사에서 전력을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전력 구입가격은 SMP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지만 SMP 상승이 장기간 지속되면 한전의 전력구입비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국제 LNG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국내 발전용 가스가격에 추가 반영될 경우 하반기 전력구입비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국제 LNG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가정과 기업의 전기요금이 바로 오르는 것은 아니다. 국내 LNG 도입물량 가운데 장기계약 비중이 약 80%에 달해 현물가격인 JKM 급등분이 전체 도입가격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한전의 전력구입비 역시 원전과 석탄 등 SMP 변동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전원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전기요금에는 또 하나의 완충장치가 있다. 연료비조정요금이다. LNG와 유연탄, BC유 등의 가격 변동을 일정한 시차를 두고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실제로 올해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 산정에 사용된 LNG 세전 무역통계가격은 3월 kg당 771.72원에서 4월 855.26원, 5월 905.92원으로 두 달 만에 17% 이상 상승했다. 그럼에도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는 기존과 같은 kWh당 +5원으로 유지됐다.
결국 핵심은 LNG 가격 상승이 전기요금에 곧바로 전달되느냐가 아니라 그 비용을 누가, 얼마나 오래 부담하느냐다. 전기요금을 동결한 상태에서 발전원가와 전력구입비가 계속 올라가면 비용은 한전이 우선 떠안게 된다. 반대로 높은 LNG 가격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누적된 비용을 전기요금에서 계속 분리하기도 어려워진다.
2022년 에너지 위기 당시에도 동일 현상이 발생했다. 국제 연료가격 급등을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서 한전의 적자가 급증했고 결국 이후 여러 차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아직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장기계약 LNG가 가격 충격을 완충하고 있고 정부 역시 LNG 발전을 최소화하고 다른 발전원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상승 추세가 보내는 신호는 분명하다. 전쟁 전 10달러대였던 동북아 LNG 가격은 크게 올랐고 국내 발전용 가스요금도 상승했다. 통합 SMP는 1월 103.53원에서 8월 148.39원까지 올라왔다. 중동에서 시작된 전쟁의 충격은 이미 한국의 발전소까지 도착했다.
이제 지켜봐야 할 것은 그 충격이 발전원가와 한전의 전력구입비에서 멈출 것인지, 아니면 시차를 두고 가정과 산업체가 내는 전기요금까지 넘어올 것인지다.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