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설계하고 지역이 함께한 좋은 기후정책은? 녹색전환연구소, 전국기후정책자랑 수상작 34건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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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서 기후위기에 맞서는 정책과 시민 실천 사례를 발굴하기 위한 공모전 ‘전국기후정책자랑’의 수상작이 지난 1일 공개됐다.
녹색전환연구소가 올해 처음 주관·주최한 이번 공모전은 지난 6월 15일부터 7월 15일부터 한 달간 접수가 진행됐다. 전국 각지에서 약 100건의 사례가 접수됐고, 전문가와 연구원들의 심사를 거쳐 총 34건의 우수사례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녹색전환상 1건 ▲마을전환상 3건 ▲일상전환상 5건 그리고 기후시민상 25건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공모전은 전국 각지에서 실현된 여러 기후정책이 실제로 시민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공동체를 회복시키고 있는지 보여주는 데 초점을 두었다. 선정된 수상작들은 시민과 지역이 함께 협력해 만들어 낸 실행력 있는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금하마을, 마을 주도 녹색전환 및 에너지전환 선도 모델로 평가받아
‘녹색전환상’은 에너지자립과 공동체 회복을 이끈 서울 금천구 금하마을에 수여됐다. 금하마을은 낙후된 녹시재생지역에서 주민주도로 에너지전환과 자원순환을 실천한 대표적인 사례다.
2024년 기준, 금하마을 내 168가구 중 58가구에 태양광 설비가 설치돼 있다. 녹지공간이 부족했던 빽빽한 골목에는 가로수와 작은 정원이 들어섰고, 각 건물 옥상에는 퇴비시설이 설치돼 자원순환이 이뤄진다. 마을 주민들은 ‘기후행동실천가’ 양성 과정을 수료하며 환경교육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다. ‘녹(綠)벤저스’라는 봉사단을 만들어 지역사회에 기후·환경 활동을 확산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금하마을이 현재까지 줄인 탄소배출량만 약 362톤에 이른다.
이같은 변화는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으로 소규모 에너지자립마을에서 시작됐다. 이후 에너지전환협동조합 설립과 에코센터 건립 등 지속가능한 지역 전환 모델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들도 금하마을의 사례가 향후 다른 지역에서도 적용 가능한 ‘참여형 에너지전환’ 모델로서 도시형 에너지자립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는 공통된 평가를 내놓았다.
도심 속 에너지전환부터 공동체 돌봄 사례까지 마을전환상 수상작은?
‘마을전환상’은 총 3건이 선정됐다.
대구광역시에서는 시민협동조합이 노후빌라 옥상에 햇빌발전소를 설치하고, 발생한 수익을 에너지취약계층에 지원하는 ‘대구형 공유햇빛발전소’가 수상했다. 도심 내 에너지전환과 복지 정책을 결합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경기도 연천군의 ‘청개구리 프로젝트’는 수원청개구리 서식지 보전을 위한 무농약 농업과 생태관광 코스를 결합해 생물다양성과 마을 공동체를 동시에 살린 사례다. 생태 기반 지역 활성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의 ‘화목한 밥상 프로젝트’ 역시 마을전환상을 수상했다. 이 프로젝트는 매주 지역 내 로컬푸드(식재료)를 사용해 마을에 식사를 제공해 탄소배출과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줄였다. 동시에 맞벌이 가정의 돌봄과 공동체 회복을 함께 실천했다. 일상 속 돌봄과 생태를 연결한 지역주도형 기후정책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농촌과 도시, 일상에서 탄생한 기후대응 실천들
‘일상전환상’은 총 5건이 선정됐다.
충남 홍성군 원천마을은 축산 분뇨 문제와 극심한 이상기후를 계기로 주민 총회를 열어 태양광과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도입했다. 이후 지역 내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며 에너지자립을 실현한 지속가능한 농촌 모델로 선정됐다.
전남 순천시는 순천만 보호를 위해 골재 채취를 중단하고 생태복원과 친환경 농업을 추진해 탄소 흡수원을 강화했다. 시민과 생태계가 함께 살아가는 통합적 정책으로 주목받았다.
전북 전주시에서는 시민들이 스마트 계량기를 활용해 전력피크 시간대에 전력 사용을 줄이는 ‘시민가상발전소’ 사업을 통해 에너지수요 관리를 실현하고 있다. 온실가스와 함께 전기요금 역시 함께 감축할 수 있는 도심형 수요관리 모델이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기 광명시민에너지협동조합은 시민 출자로 공공 유휴부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고, 발전 수익을 공유하며 교육과 돌봄 활동까지 연계한 지역 주도형 에너지전환 사례로 호평을 받았다.
경기도가 도입한 ‘기후보험’ 역시 일상전환상의 마지막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기후재난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보장하고, 취약계층의 의료비 격차를 줄이는 지방정부형 사회 안전망을 구현한 사례로 평가됐다.
“기후위기 해결하는 길, 멀리 있지 않아”
한편, ‘기후시민상’은 전국 곳곳의 기후정책 실천 사례 25건에 수여됐다. ▲서울 은평구 방치자전거 수리·장기대여 사업 ▲충북 청주시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폭염·한파 취약계층 집중관리 사업 ▲광주 광산구 첨단전환마을 내 주민 주도형 탄소중립 실천 방향 모색 및 에너지전환 등 각기 다른 지역적 맥락 속에서 기후대응에서 나선 좋은 본보기 사례로 꼽혔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올해 전국기후정책자랑에 선정된 사례들은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길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마을과 도시, 일상 속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주민이 주도하고, 지방정부가 함께 만든 이 실천들이 앞으로 한국 기후정책의 방향을 더욱 구체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국기후정책자랑은 시민과 지역이 함께 만든 다양한 기후정책 실천을 발굴하고 알리는 일에 의의를 두고 있다. 수상작은 향후 녹색전환연구소가 발간할 예정인 지방선거 정책 백서에 수록되는 등 정책 개발과 연구 등에서 활용될 계획이다. 전국기후정책자랑 수상작 전체 목록과 사례 소개는 공식 홈페이지(https://climatepolicy.igt.or.kr/#win)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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