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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헤일메리] 아직 태양광만으로 자동차는 달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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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5시간 52분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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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원소> <토탈 리콜> 같은 자기부상 에어 카는 불가능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누더기 태양광 패널 차 선보여

<백 투 더 퓨처 2>의 브라운 박사는 천연원료 ‘짜파구리’ 차 개발

 

요컨대 상용화는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프랑스 감독 뤽 베송이 아무리 ‘한물간’ 감독이고 그의 신작 <드라큘라: 러브 테일>이 다소 뜬금없다는 반응(지금 왜 브램 스토커의 작품을 재해석했을까?)을 얻을지언정 그는 여전히 현대 프랑스 상업 영화계의 선각자로 대우받는다. 그가 30년 전 <제5원소>(1997)를 내놓았을 때 세계는 열광했다. 여주인공 역을 맡았던 밀라 요보비치는 단박에 월드 스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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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Daum 영화


<제5원소>는 2259년 뉴욕이 배경이다. 영화가 나왔을 때는 약 3백 년 후 얘기라고 했다. 주인공 코벤(브루스 윌리스)이 어느 날 자신이 모는 비행 택시에 누군가에게 쫓기던 한 여자아이, 릴루(밀라 요보비치)가 뛰어들고 그녀를 도피시키는 과정에서 외계인과의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제5원소>의 주요 특징이 바로 이 비행 택시이다. 에어 택시라고도 불린다. 바퀴가 없고 뉴욕의 고층 빌딩 사이를 자유자재로 비행하면서 중간중간에는 하늘에서 정차와 주차도 자유롭게 한다. 1990년대 후반 만성적인 교통 체증에 시달리던 한국 관객들에게 유쾌한 자극을 줬다. 1980년대 전두환 체제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마이카 시대’는 부족한 도로망, 모자란 인프라 상황에서 길거리에 차만 가득 차게 만들었다. 분당, 일산에 신도시들이 만들어졌다. 주요 도로와 간선도로의 평균 주행 속도는 시속 20km까지 떨어졌다. 사람들은 차로 하늘을 날고 싶어 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저 차는 뭘로 갈까? 휘발유? LPG? 전기? 태양광? 영화 <제5원소>는 새로운 자동차 시대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당시의 결론은 ‘제5원소(흙, 물, 바람, 불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 같은 것을 이용해서 달릴 수 있는 차량은 없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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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Daum 영화


2012년에 나온 렌 와이즈먼 감독의 <토탈 리콜>(2012)은 1990년 판 동명 원작(감독 폴 버호벤. 아놀드 슈워제네거, 샤론 스톤 등 주연)보다 플라잉 카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토탈 리콜>의 에어 카는 그 속도감이 <제5원소>를 훨씬 더 능가하는 것이었다. 이 영화에는 진공 튜브 원리인 하이퍼루프(Hyperloop) 시스템도 나온다. 만약 서울과 부산 사이에 400km에 달하는 튜브 망을 건설하면 진공 흡입 원리를 이용하여 열차를 단 몇 초 만에 이동시킬 수 있다는 얘기이다. 문제는 그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물체를 과연 만들어 낼 수 있느냐이다. <토탈 리콜>에서 나온 자동차의 동력은 일종의 자기부상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도로망과 차량에 각각 초전도 자석을 설치하거나 탑재시켜 이를 서로 부딪치게 함으로써 자동차를 띄운다는 것인데, 이건 이론만 그럴듯할 뿐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도시에 저걸 다 깔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영화들은 자동차에 대한 모든 상상력을 자극했다. 전기 차가 나오고, 수소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나오고, 자율주행 차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에 시작된 <토탈 리콜>과 <제5원소> 같은 영화들 때문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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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Daum 영화

 

최근 들어 퍼지고 있는 AI 애니메이션 쇼츠 중에는 캠핑카를 타고 어두운 빗길을 달리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있다. 버스 안 여기저기 침대에서 아이들이 자고 있고 운전석 뒤 침대에서 엄마도 자고 있으며 아빠는 차 후미 소파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여유롭게 책을 읽고 있다. 달리는 차 밖으로 꽤 심한 비바람이 분다. 시골길이고 포장도 잘 되어 있지 않은 곳이다. 자율주행 캠핑카다. 차가 알아서, 안전하게 가고 있다. 다 좋다. 부럽기까지 한 장면이다. 저런 차가 곧 상용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준다. 그런데 문제는 저 차 역시 뭘로 달리는 것이냐는 것이다. 플라잉 카가 됐든 자율주행 캠핑카가 됐든 여전히 휘발유와 전기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차들이 주종이 될 것인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태양광 에너지를 동력으로 하는 차가 나온 영화는 조지 밀러의 야심작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였다. 근데 이 영화의 태양광 자동차는 다소 ‘누더기’다. 하기야 영화 자체의 설정이 핵전쟁으로 세상과 인류가 멸망한 후여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의상도 그렇고, 먹고 마시고 자는 공간도 그렇고, 모두가 다 덕지덕지 허름한 분위기이다. 가뜩이나 석유 같은 것은 동이 난 지 오래여서 물과 기름을 두고 부족사회 급 전제 정치가 횡행한다. 그 수장이 임모탄이다. 그는 물을 독점하고 버려진 정유시설을 식인종이 관리하게 하면서 석유 자원으로 사람들을 지배한다. 그러나 당연히 정제된 석유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의 실질적인 지배 권력은 물에서 나온다. 임모탄은 잇따라 임신시키는 궁녀 같은 여자들의 수발을 받으며 ‘아이 생산’도 독점한다. 그러던 중 임산부 한 명이 탈출을 시도하고 주인공 맥스(톰 하디)와 임모탄의 폭정에 지친 사령관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가 여자(들)를 돕는다. 이들 일행과 임모탄 간에 벌어지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 얘기가 바로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주요 설정이다. 이때 임모탄이 타고 달리는 차가 바로 태양광 패널 차이다. 이미 얘기한 대로 <매드 맥스> 시리즈의 자동차는 궁색하기가 이를 데 없는 고물 개발 자동차인데 휘발유가 없다 보니, 그래도 머리를 써서, 얼기설기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동력을 마련한다. 솔라 카이긴 솔라 카인데 저런 차라면 사양해도 될 듯한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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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Daum 영화

 

현대의 솔라 카 기술은 전기 차 배터리 충전을 돕는 기능 정도에 머물러 있다. 여기까지는 실제 기술이 개발돼 있다. 이미 국내 차의 일부(현대 아이오닉5)는 태양광을 동력으로 하루 평균 4km 정도 주행은 보조할 수 있게 돼 있다. 차 지붕에 솔라 셀이 배열돼 있고 그 위를 강화 유리가 덮고 있는 일종의 내장형 태양광 패널 차이다. 주행 중이 아닐 때에는 차를 낮 시간대 태양 아래에 주차해 놓으면 자동으로 전기 배터리가 충전되는 식이다. 이런 시스템이 좀 더 정교하게 개발된다면 전기 차 충전기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장마나 흐린 날이 계속되는 경우를 고려하여 충전 설비는 필수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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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타트업 앱테라 모터스의 태양광 자동차 컨셉 모델. 앱테라 모터스 제공.

 

그러나 오로지 태양광 에너지로 주행하는 ‘솔라 카’의 상용화는 현실에서는 아직 쉽지 않다. 전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전기차는 1km를 달릴 때 대략 0.15~0.25kWh의 전력을 소모한다. 일반적인 승용차 지붕 전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경우, 햇빛이 가장 강한 맑은 날 정오 기준 시간당 0.2~0.4kWh 정도가 생산된다. 아직은 극소량이다. 때문에 메인 전력은 아니고 보조 전력으로만 사용될 수 있는 정도이다. 여기에 에어컨까지 사용할 경우를 생각하면 솔라 카는 미래 비전으로 삼기에는 아직 요원한 상태이다.

 

결국 자동차는 전기와 태양광, 또 다른 천연소재 에너지를 혼합하는, 일종의 ‘짜파구리’ 에너지 차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 영화의 상상력이다. 그 발랄한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로버트 저메키스의 SF영화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이다. 특히 1989년 나온 2편에서 주인공 마티(마이클 J. 폭스)의 시간 이동을 돕는 천재 과학자 브라운 박사(크리스토퍼 로이드)는 새로운 자동차 연료 장치를 개발한다. ‘미스터 퓨전’이란 이름의 기계 장치이다. 온갖 쓰레기들(바나나 껍질, 심지어 맥주까지)을 다 섞어서 에너지를 만든다. 말도 안 되는 얘기이긴 하지만(그런데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를 상암동 신도시로 개발하면서 그 쓰레기에서 나오는 매립 가스를 에너지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게 꼭 만화 같은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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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Daum 영화

 

어쨌든 화석 연료를 줄여야 한다. 솔라 루프를 달고 배터리를 일부나마 충전시키면서 휘발유 사용을 하이브리드 형태로 제한하고 (20km 이상 주행 시 자동으로 전기 배터리를 사용하는 방식) 쓰레기의 메탄가스를 동력으로 전환하는 ‘융합’ 차량을 사용할 날이 머지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전쟁을 걱정하지 않게 될 날, 석유가 무제한의 전쟁 무기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에너지와 같은 친환경 재생에너지 개발을 국가 차원에서 진행해야 할 것이다. 태양의 수명은 50억 년 남았다.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글쓴이 소개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나왔다. 연합뉴스, 와이티엔(YTN)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영화 주간지 <필름2.0(FILM2.0)> <씨네 버스(cine bus)>, <엔키노(nKINO)> 등에서 영화 전문 기자 및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마켓위원장,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산 동의대학교 영화과 초빙교수 역임, 현재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작은 영화가 좋다', '사랑은 혁명처럼 혁명은 영화처럼', '불온한 영화를 위하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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