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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헤일메리

[오동진의 헤일메리] 수확의 계절, 농경은 역시 물과 바람, 그리고 태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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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2026-09-18 09:2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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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이 깨닫게 하는 것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 작가 중 가장 주목받는 토니 길로이(<본 아이덴티티> 등 이른바 ‘본 시리즈’ 3편의 시나리오를 썼다. <돌로레스 클레이븐> <데블스 에드버킷>도 그의 각본이다)는 2007년 <마이클 클레이튼>이란 영화를 쓰고 연출했다. 조지 클루니가 나오고 톰 윌킨슨과 틸다 스윈튼이 나온다. 이 영화를 제작한 시드니 폴락 감독도 출연한다. 일종의 법정 스릴러다. 범죄 스릴러라고 하는 게 조금 더 정확한 수식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솔라타임즈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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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Daum 영화


영화는 한 변호사가 의문의 죽임을 당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대형 로펌 KBL(케너, 바흐 & 레딘) 소속의 중견 변호사 아서(톰 윌킨슨)는 글로벌 기업 U/노스를 상대로 한 소송 재판에서 법정 난동을 부린다. U/노스는 KBL의 주요 고객이다. 로펌은 아서가 일으킨 문제를 풀기 위해 해결사인 마이클 클레이튼(조지 클루니)을 긴급 투입한다. 클레이튼은 친구처럼 지내 온 아서를 설득해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한다. 법정 난동은 그의 정신착란 증세라고 둘러 말하려던 참이다. 그러나 아서는 곧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그는 이번 소송을 둘러싸고 추악한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클레이튼에게 암시해 왔다. 아서의 죽음을 파헤치던 마이클 클레이튼은 결국 진실의 중심부에 다가서고 그 역시 살해 위협에 시달리게 된다. U/노스의 비밀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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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Daum 영화

 

당연히 그 비밀은 U/노스가 꽁꽁 감추려 하는 무엇이다. U/노스는 글로벌 농화학 기업이다. 이들의 부(富)는 농화학 약품에 있으며 특히 독점 생산하고 있는 제초제에서 나온다. 죽은 아서가 담당했던 것은 암에 걸려 죽은 농부들, 혹은 인근 주민들이 U/노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건이다. 아서는 U/노스의 제초제에 독성이 없음을 입증하려는 것이었고 당연히 회사 측 자료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아서는 이 과정에서 회사가 이미, 농약이 사용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을 알고 있었다는 진실을 파악하게 된다. U/노스의 법무이사로 부사장 승진을 앞둔 카렌(틸다 스윈튼)은 비밀에 접근한 아서를 제거한다. 청부살인에 실패한 마이클 클레이튼과는 결국 거래를 하려 한다. 클레이튼은 사채를 쓴 동생 탓에 그렇지 않아도 이런저런 협박에 시달리던 참이다. 그는 비밀을 폭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천만 달러 딜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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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Daum 영화

 

여기서 중요한 것은 U/노스라는 가상의 회사다. 토니 길로이는 영화의 모티프를 미국의 거대 농화학 및 농업 생명공학 기업인 몬산토의 비리에서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몬산토는 옥수수나 콩, 특히 옥수수의 유전자 변형 종자(GMO :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를 이용해 큰돈을 번 회사로 유명하다. 몬산토는 제초제가 인체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판매 유통했고 2015년부터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돼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그 와중에 독일 바이엘(아스피린으로 유명하다)에 회사를 매각하는 등 ‘먹튀’ 논란까지 벌어지게 한 회사다.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이 소송 훨씬 이전인 2007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아 이 제초제 문제는 훨씬 이전부터 여론을 통해 확산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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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Daum 영화 


솔라타임즈가 주목하는 것은 제초제 같은 농화학 제품이 갖는 위험성이고 그것과 더불어 GMO의 양가성에 대한 것이다. GMO는 식량자원의 안정적인 보급을 위해 필요한 연구 결과물이다. 실제로 현대 농업의 생산성 향상 면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유전자를 변형시켜 살충제를 뿌려도 살아남는 옥수수를 만들거나 비타민A를 결합해 영양소를 극대화한 쌀을 만드는 사례는 좋은 결과물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살충제에 견디는 옥수수가 주변의 잡초와 섞이면서 잡초까지 죽지 않게 되는 일 등은 미처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영양가를 높이기 위해 콩에 브라질너트의 유전자를 이식했더니 그 콩이 사람들에게 알레르기 쇼크를 일으키기도 했다. 유통 과정에서의 종자 유출로 먹이사슬이 교란되고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는 등 생태계 전반에 불균형을 초래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GMO 기술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곡식의 품종을 개량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 제천⸱괴산의 대학 옥수수다. 대학 옥수수는 1991년 충남대학교 소속의 한 교수팀이 순전히 자기 고향인 충북 괴산의 농민들을 위하여 오랜 연구 끝에, 종자를 거듭 교배시켜 우량의 옥수수를 만들었다. 전통 재배 방식의 산물이다. 대학 옥수수는 당도가 높은데다 껍질이 얇아 먹기 편하고 무엇보다 찰기가 뛰어나다. 대학 옥수수를 찰옥수수라고 부르는 이유다. 대학 옥수수 사례와 달리 GMO 종자 개발의 목적은 두 가지다. 대량으로 재배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독점하는 것이다. 몬산토가 됐든 영화에서처럼 U/노스가 됐든 미국 농화학 기업의 목적은 식량의 유통이나 판매뿐 아니라 생산까지 독점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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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군 주민들이 출하를 위해 대학 찰옥수수를 다듬고 있다. 사진 출처 : 괴산군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이상 기온이 잦아지고 이에 따라 농작물들의 피해가 심해지자 GMO 기업들은 이런 환경까지 견디는 유전자 변형 작물을 개발하고 독점하려 한다. 이들의 GMO 종자 특허 보유로 농민은 자택 채종이 금지되어 매년 새 종자를 구매해야 한다. 농작물이 자라 열매 맺고 거기서 얻은 씨로 다시 자라는 자연순환의 논리를 거대기업은 원하지 않는다. 독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연을 생각하지 않는 글로벌 독점기업들은 환경을 오염시키고 그런 상황에서 농작물들이 자랄 수 없게 되자 유전자를 바꿔 생존하게 하되 자신만이 그것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한다. 식량의 자원화, 무기화, 전쟁화다.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이 궁극적으로 보여주려 하는 것은 단순한 법정 비리나 살인사건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외피일 뿐이다. 토니 길로이 감독은 이 사건이 표면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거대 농화학 기업의 비리와 야만적인 음모, GMO가 갖는 인류 위협의 문제 그리고 제초제의 위험성을 알리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고 한국만큼 제철 과일, 제철 농산물을 찾아 먹는 나라도 없다. 늦여름엔 어김없이 포도가 나오고 가을에 들어서면 사과가 굴러다닌다. 날씨가 추워지면 귤 상자가 등장한다. 괴산의 대학 옥수수도 7월 중순에서 8월 말까지가 제철이다. 천연에서 자란 이런 곡물, 과일의 특성은 딱 그 철에만 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우스에서 재배한 것은 제철의 맛을 가질 수 없다. 하물며 유전자를 변형시킨 것은 어떨까. 감독 봉준호가 만든 <설국열차>는 꼬리 칸과 황금 칸의 계급으로 나뉜 사람들의 이야기다. 꼬리 칸 사람들은 단백질을 얻기 위해 (바퀴)벌레를 먹는다. 황금 칸의 지배자는 결국 먹을 것을 손에 쥐고 사람들을 흔든다. 거대 농화학 기업은 어쩌면 <설국열차> 속 황금 칸의 지배자 윌포드(에드 해리스)같은 존재인 셈이다.

 

천연에너지, 천연자원이 만들어 내는 곡식이 결국 사람들에게 이롭다. 그러니까 근본은 물과 바람 그리고 태양이다. 한껏 태양광을 받으며 누렇게 익어가는 벼를 바라보는 건 마음을 꽤 풍요롭게 만드는 일이다. 가을빛이 진정으로 찬란하게 느껴진다. 수확의 계절에 드는 식량 생각이다. 그나저나 <마이클 클레이튼>의 마이클 클레이튼은 천만 달러를 받았을까, 안 받았을까?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것참 고민이로소이다. 모두가 다 대학 옥수수만 같아라.

오동진 영화평론가


[글쓴이 소개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나왔다. 연합뉴스, 와이티엔(YTN)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영화 주간지 <필름2.0(FILM2.0)> <씨네 버스(cine bus)>, <엔키노(nKINO)> 등에서 영화 전문 기자 및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마켓위원장,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산 동의대학교 영화과 초빙교수 역임, 현재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작은 영화가 좋다', '사랑은 혁명처럼 혁명은 영화처럼', '불온한 영화를 위하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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