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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헤일메리

[오동진의 헤일메리] 우리가 기댈 것은 어쩌면, 오로지, 태양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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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2026-06-12 09:2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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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데이먼, 존 크래신스키 주연의 <프라미스드 랜드>

천연가스 채굴 과정의 환경오염 문제 다뤄

 매장된 화석연료나 가스보다 친환경 에너지의 중요성 역설


<아이다호>(1991) <굿 윌 헌팅>(1997)의 감독 거스 밴 샌트가 2012년에 소품처럼 만든 <프라미스드 랜드>는 태양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은 태양으로 귀결된다. 태양 에너지, 재생 에너지에 모든 해법이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는 천연가스 개발을 둘러싸고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환경오염 문제를 드러내며 극 중 인물들이 이를 어떻게 극복해 가는가를 보여주는 휴먼 드라마이다. 물론 실제로 사람들이 이 영화 속 인물들처럼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는 제목처럼약속의 땅을 위해서라면 그것이 옳다는 것을 강조한다. <프라미스드 랜드>는 은근한, 환경 프로파간다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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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um 영화


주인공 스티브 버틀러(맷 데이먼)는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글로벌 크로스파워 솔루션즈의 최연소 부사장이다. 초고속 승진을 가능하게 한 것은 그의 뛰어난 협상 능력이다. 그는 개발이 예정된 지역의 토지를 매입하거나 임대 계약을 체결해 가스 채굴권을 따내는 일을 한다. 스티브는 시골 출신에 온순한 성격이고 믿을 만하다는 인상을 주는 인물이다. 그는 일을 잘한다. 업무 평점이 높다. 뉴욕 본사 발령을 눈앞에 둔 그에게 회사는 중요한 일을 하나 맡긴다. 천연가스 매장지인 펜실베이니아의 시골 마을 매킨리에 가서 토지수용을 위해 주민들을 설득하라는 것이다. 스티브는 동료인 수 토마슨(프란시스 맥도먼드)과 함께 여느 때처럼 또 한 건을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매킨리에 도착한다. 마을은 지난 몇 년간 극심한 경기침체에 시달려왔다. 모든 것은 돈이다. 개발이익이다. 스티브의 주민 설득 콘셉트 역시 그렇다. 토지 채굴권을 넘기면 보상금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고 다니는 것이다. 당연히 주민들이 움직인다. 주민 전체로부터 계약 사인을 받는 것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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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um 영화

 

천연가스는 지표면 아래 깊이 2~4천 미터 사이에 주로 석유와 함께 매장돼 있다. 여의도 63빌딩 10~15개 깊이이다. 인류가 이걸 발견하고 채굴해(1821) 대중화 한 것은(1940년대) 기적 같은 일이다. 도시가스란 이름으로 각 가정에 난방 및 취사 연료가 공급됐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자 하는 과정에서 대체 연료로서 경제성과 환경성, 수급 안정성이란 측면에서 급부상한 것이 천연가스였다. 세상은 청정 연료를 개발했다며 특히 환호했다. 환경 문제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착각했다. 그러나 문제는깊이에서 나왔다. 수천 미터 깊이의 땅을 물리적으로 무리 없이 파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깊은 땅속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하기 위해서는 특정 공법이 필요했다. 그것이 프래킹(fracking) 공법이며 일명 수압파쇄법으로 부른다. 시추공을 따라 드릴로 지층을 파 내려갈 때 물, 모래, 화학물질이 섞인 액체를 엄청난 압력으로 분사해 암석에 미세한 균열을 내고 그 틈으로 흘러나온 가스를 분출시키는 것인데 가스는 얻게 되나 이 과정에서 유독한 화학물질이 지하수와 토양을 심각하게 훼손시킨다. 이 프래킹 공법을 통하지 않으면 천연가스를 채굴하기가 어렵고 반대로 이 프래킹 공법 때문에 천연가스는 결국환경 유독 가스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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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um 영화


그러나 천연가스는 막대한 수익을 가져오는 사업이다. 미국이 생산량으로는 세계 1위다. 엑손모빌, 쉐브론 같은 대표 원유 에너지 기업뿐 아니라, EQT, AR 등 천연가스 특화 기업이 눈에 불을 켜고 개발 사업을 진행한다. 매장량으로는 러시아가 단연 1위이다. 러시아는 이를 국영기업(가즈프롬)으로 운영한다.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유럽의 국가 대다수가 러시아와 전쟁 초기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도 다 이 천연가스와 관련이 있다. 러시아와 유럽 간에는 4개의 파이프라인이 설치돼 있으며 (발트해나 흑해 해저에 설치돼 있거나, 시베리아나 우크라이나를 관통한다) 이 관을 통해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유럽 각국에 수출, 공급된다. 루비 로즈(<존 윅: 리로드>)가 나왔던 <SAS 특수부대: 라이즈 오브 블랙 스완>이란 영화는 바로 이 러시아-영국 간 가스관 개설을 놓고 영국의 부패한 정치권이 용병블랙 스완을 동원해 동유럽의 한 마을을 몰살한 후 이 군사 깡패들을 용도 폐기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테러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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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um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의 주인공 스티브는 이 천연가스 채굴 과정에서의 환경오염 문제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다닌다. 이번에야말로 매킨리 마을이 가정 농장 중심의 시골 마을에서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한다. 환경오염 문제는 당장 표면화되는 것이 아니며 회사는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장기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주민들을 설득한다. 사람들이 상당수 넘어왔지만 은퇴한 엔지니어이자 마을의 고등학교 과학 교사인 프랭크 예이츠(할 홀브룩)는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논리와 지성으로 마을의 천연가스 채굴을 반대하고 나선다. 예이츠를 설득하는 일이 스티브의 최대 관건이 된다. 여기에 자칭 환경운동가라는 더스틴 노블(존 크래신스키)까지 끼어든다. 그는 온갖 통계 자료를 제시하며 천연가스 개발이 마을 전체를 결국 쑥대밭으로 만들 것임을 주민들에게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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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um 영화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는 감독 겸 배우인 존 크래신스키(<콰이어트 플레이스> 감독)뒤집기 각본이 없었다면 그저 그런 수준의 평범한 환경 영화가 됐을 것이다. 존 크래신스키는 이 영화의 기획자이며 프로듀서로서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유명 환경 저널리스트인 데이브 에거스에게서 이야기의 원안을 가져왔다. (Screenplay by Matt Damon & John Krasinski, Story by Dave Eggers) 재밌는 것은 극 중에서 존 크래신스키가 직접 연기하는 환경운동가 더스틴이 본사가 역공작을 위해 잠입시킨 요원이라는 것이다. 더스틴은 마을 주민들로 자신이 제공하는 천연가스 오염 정보를 믿게끔 만든다. 그래서 로비스트 스티브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그런 후 자신의 정체를 폭로당하게한다. 자신의 자료(프래킹이 지역을 오염시킨다는 증거)도 모두 가짜뉴스일 뿐이라는 역정보를 흘린다. 결국 로비스트 스티브에게 다시 기회가 가게 만든다. 회사는 채굴권을 딴다. 이 모든 과정을 겪고 지켜본 스티브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옳은 일을 할 것인가, 편리한 결론을 선택할 것인가. <프라미스드 랜드>는 마치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반전의 이야기 구조를 통해 관객의 머릿속에 천연가스 채굴 방법이 바뀌지 않으면 공동체가 환경오염으로 몰살당하리라는 문제의식을 자연스럽게 심어 놓는다. 무엇보다 프래킹이란 단어를 박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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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래킹 공법(수압파쇄법)과 부작용


<프라미스드 랜드>가 궁극으로 하려는 얘기는 생활 에너지의 개발을 결국 재생 에너지에서 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 있다. 우리가 기댈 것은 태양, 바람, 물과 같은 자연밖에 없다는 것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태양광 에너지의 사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기댈 것은 어쩌면, 오로지, 태양밖에 없다. 태양의 사용 연한은 50억 년이라고 한다. <프라미스드 랜드>는 매우 자연스러우면서도 교묘한 태양 에너지 교과서이다. 재밌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글쓴이 소개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나왔다. 연합뉴스, 와이티엔(YTN)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영화 주간지 <필름2.0(FILM2.0)> <씨네 버스(cine bus)>, <엔키노(nKINO)> 등에서 영화 전문 기자 및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마켓위원장,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산 동의대학교 영화과 초빙교수 역임, 현재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 DMZ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작은 영화가 좋다', '사랑은 혁명처럼 혁명은 영화처럼', '불온한 영화를 위하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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