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의 헤일메리] 우리에게 영구 배터리가 생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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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에 대한 욕망을 첩보 액션 코미디로 그린 <나잇 & 데이>
천재 과학자가 발명한 영구 배터리 차지하기 위한 첩보전 그려
2010년 영화 <나잇 & 데이>는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만든 영화이다. 맨골드는 거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업영화 감독으로서는 연출에 일가견이 있다는 소리를 듣는 인물이다. 잘 만든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영화를 만든다.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2024)은 밥 딜런이라는 인물을 가장 올바르게 해석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티모시 샬라메를 밥 딜런으로 만들었다. 그가 만든 <더 울버린>(2013) 그리고 <로건>(2017)은 ‘엑스맨’ 시리즈의 스핀오프로 울버린 캐릭터의 어두운 이면을 그린 다크 히어로 영화였다. 뜻하지 않은,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가장 뛰어난 작품은 역시 그에게도 저주받은 걸작에 해당하는 <3:10 투 유마>(2007)이다.
<나잇 & 데이>는 유쾌하고 재미있으며 상당히 웃긴 첩보 코믹 액션영화이다. 자동차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전문가인 준 헤이븐스(카메론 디아즈)란 여성이 부모를 모르고 자란, 유일한 혈육인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위치타 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려 하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들이 나고 자란 보스턴으로 돌아가려 한다. 준은 올드카 전문 정비사이고 무엇보다 복원 전문가이다. 동생인 에이프릴 헤이븐스(매기 그레이스)의 결혼 선물로 클래식 명품 카인 1966년식 폰티악 GTO을 복원 중이다. 이 폰티악의 부품이 캔자스 위치타에 있기에 그걸 구하고 돌아가려는 것이다.
자, 이 대목에서 여주인공 준 헤이븐스의 직업이 왜 자동차 부품, 그것도 올드카와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영화의 핵심 내용과 관련이 있다. 올드 엔진 산업과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대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녀는 공항 대합실에서 서로 몸이 부딪친 남자가 너무 매력적인데 마침 비행기 옆자리라는 점에 광분한다. 남자 이름은 로이 밀러(톰 크루즈)이다. 그러나 잠시의 흥분은 곧 깨진다. 비행기 안은 로이가 벌이는 난투극으로 아수라장이 되는데 싸움도 싸움 나름이라고, 거의 전문 킬러들이 주고받는 싸움이다. 사람들을 다 해치운 로이는 이번엔 추락하는 비행기를 불시착시킬 정도로 능수능란하다. 준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남자에게 더더욱 매혹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둘에 대한 살해와 테러 위협은 점점 더 심각해진다. 준은 로이가 정보기관과 수사국에 쫓기고 있는 매우 위험천만한 인물임을 알게 된다. 로이가 극단적 테러리스트임에 틀림이 없다고 중간쯤에 그녀는 생각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녀가 위험할 때마다 남자 로이는 마치 백마 탄 왕자처럼 나타나 멋있게 자신을 구해낸다. 아무리 그가 나쁜 남자라고 해도 여자는 그에게 점점 그것도 깊이 빠져들어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모든 얽히고설키는 추격 액션의 전모는 극이 상당 부분 진행된 이후에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한다. 로이 밀러는 악당이 아니다. (톰 크루즈가 악한 역할을 맡은 건 지금껏 딱 한 편뿐이었다. 마이클 만 감독의 2004년 작 <콜래트럴>에서다. 톰 크루즈처럼 생긴 배우는 나쁜 역할을 하기 어렵다. 흥행 공식에 맞지 않는다) 그도 정부 기관의 비밀 요원이(었)다. 그는 정보국의 배신자로 몰렸는데 그 모든 게 ‘재피어’란 이름의 차세대 배터리 때문이다. 정부는 이 배터리를 확보해 개발 기술을 독점함으로써 세계적인 자원의 무기화를 이루려고 한다. 정보기관이 이 배터리 기술을 만든 천재 과학자 사이먼(폴 다노)을 국가 시설에 영구적으로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구속하려는 이유이다. 로이 밀러는 이 배터리를 정보기관(만)이 소유해서는 안 된다는 나름의 이유로 사이먼과 배터리를 빼돌린 참이다.
사이먼의 재피어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무한 에너지의 시초가 된다. 이제 모든 에너지 동력은 사이먼의 화학 실험 기호에 의해 영구적으로 만들어 내고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휴대폰 배터리도 교체할 필요가 없다. 다른 고장이 없으면 동전만 한 배터리로 죽을 때까지 쓸 수 있다. 전기차 문제도 해결된다. 충전이 필요 없다. 한번 배터리를 장착하면 차가 다른 이유로 ‘퍼질 때’까지 달리게 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동력은 이제 이 영구 배터리 하나로 확보될 것이며 기후 위기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환경 문제도 일순간에 다 해결할 수 있다.
당연히 국제 마피아 카르텔도 사이먼을 붙잡으려 한다. CIA, FBI 모두 사이먼을 확보해야만 한다. 자칫 불법 조직이나 테러 조직에 넘어갔다가는 세계가 또 다른 전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 정보 조직 내부에는 그런 선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목표는 배터리나 배터리 기술이지 사이먼’따위’의 안위는 중요하지 않다. 로이 밀러는 최정예 요인이다. 그는 일당백이다. 전쟁영웅이었다. 싸움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영리하고 기민하다. 양쪽 모두 로이를 추적하는 데 애를 먹는다. 그러나 그에게는 갑자기 ‘튀어나온’ 여자가 있다. 물론 여자 준 헤이븐스는 공항에서 로이가 배터리 원본을 슬쩍 여자의 가방에 감추기 위해서 이용하면서부터 관계가 생긴 것이다. 로이는 자신 때문에 여자가 위험에 처한 것을 모른척할 수가 없다. 로이 밀러는 좋은 첩보원이다. 좋은 남자이다. 무엇보다 아주 잘생겼다.
영구 배터리 발명은 현실에서 가능한 일인가.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영화에서 사이먼이 개발한 것도 아직은 미완성이다. 배터리라고 하는 것은, 전문가들이 잘 아는 얘기이겠으나, 열역학 제1 법칙, 제2 법칙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엔트로피 얘기가 나오고 어쩌고 하지만 그걸 영화에서 설명할 도리는 없다. 아무튼 물질은 외부와의 접촉이나 에너지의 순환 없이 스스로 열을 내거나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없다. 모든 에너지는 생명처럼 언젠가 소멸한다. 영화 <나잇 & 데이>에서는 이 문제를 사이먼이 풀었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다. 원자력 전지, 곧 핵 배터리는 반영구적인 에너지로 사용 중이다. 해저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는 핵잠수함, 우주로 나가는 탐사선, 비행선에는 방사선을 이용한 반영구적인 배터리가 사용 중이다. 그러나 이걸 일상생활에 응용해 쓰는 건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방사능의 위험성이 높고 가격을 절대 대중화 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태양광 에너지 얘기로 돌아가게 된다. 배터리는 충전할 수밖에 없지만 이걸 충전소 전기 에너지가 아니라 휴대용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일상적으로 충전한다면 영구성을 향해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연구는 현재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환경 웹진 『솔라 타임즈』의 슬로건은, ‘태양의 수명은 50억 년 남았다!’이다.
정부 요원임에도 테러 조직에 가담한 변절자 피츠제럴드(피터 사스가드)는 결국 사이먼과 로이 밀러가 그토록 지키려 했던 배터리 재피어를 탈취한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배터리를 손에 쥐고 헬기로 도망을 치려 한다. 사이먼은 누누이 얘기한다. 자신이 발명한 전(全)고체 배터리(배터리 안에 액체 전해액이 없는 것)는 아직도 불안정하기에 계속 냉각시키지 않으면 뜨거워져서 폭발한다고. 로이 밀러가 이 배터리를 늘 얼음에 넣고 다니는 이유이다. 결국 사이먼의 영구 배터리도 냉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피츠제럴드의 헬기는 공중에서 폭파해 산산이 분해된다.
영화 <나잇 & 데이>의 얘기는 뚜렷하고 의미가 있다. 지금의 인류는 영원한 에너지원 확보에 목말라 하고 있지만 인간의 기술로는 아무리 해도 그것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기대할 것은 인간의 기술이 자연과 결합하는 것이다. 환경 에너지의 백업을 받는 것이다. 그 같은 지혜를 첩보 액션 코미디로 풀어낸 영화가 바로 <나잇 & 데이>이다. 청소년들이 환경 문제를 자연스럽게 생각하도록 할 수 있는 ‘교육적인(?)’ 작품이다. 물론 세비야 골목길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황소 사이를 누비는 추격 액션 씬만 기억할 수도 있겠다. 준 헤이븐스가 충동적이지만 열렬히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로이 밀러에게 퍼붓는 키스 씬도 예쁘다. 카메론 디아즈나 톰 크루즈나 비교적 리즈 시절의 작품이다. 안 본 사람들에게 일람을 권한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글쓴이 소개]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나왔다. 연합뉴스, 와이티엔(YTN)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영화 주간지 <필름2.0(FILM2.0)>과 <씨네 버스(cine bus)>, <엔키노(nKINO)> 등에서 영화 전문 기자 및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마켓위원장,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산 동의대학교 영화과 초빙교수 역임, 현재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 DMZ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작은 영화가 좋다', '사랑은 혁명처럼 혁명은 영화처럼', '불온한 영화를 위하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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