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의 헤일메리] 다른 의미로 소환되고 있는 12년 전 댐 해체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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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력 에너지가 중요해진 시기, 댐 건설의 폐해 그려
제11회 서울환경영화제 대상 수상작 <댐네이션: 댐이 사라지면>
오히려 댐 건설의 유효성과 조심성 동시에 보여주는 다큐
2014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SXSW(South by Southwest)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제11회 서울환경영화제(현재는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후 제작사인 파타고니아 한국지사의 활동으로 다양한 공동체 상영(예컨대 국회 상영)이 이루어졌던 다큐멘터리 <댐네이션: 댐이 사라지면>은 지금 시점에서 보면 양가적 가치가 두드러진 작품이다. 영화는 친환경 생태계를 위해서는 많은 댐(특히 노후화된 댐)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무엇보다 친환경 에너지를 생성하는 데 있어 댐의 중요성이 주목되는 때이다. 이 영화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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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철거 논쟁을 다룬 다큐 '댐네이션 : 댐이 사라지면'의 2014년 포스터.
사진에서처럼 전국 공동체 상영이 이루어졌다 - 사진 출처 : Daum 영화
<댐네이션: 댐이 사라지면>의 원제 ‘DamNation’ 자체도 중의적이다. 댐이 많은 국가라는 뜻도 있지만 댐이 나쁘다는 의미에서 비속어 ‘Damn’을 쓴 셈이다. ‘빌어먹을 댐 나라’라는 것이다. 영화의 오프닝은 꽤 인상적이다. 환경운동가 미칼 자쿠발이 어두운 밤, 밧줄을 타고 내려가 댐 벽에 거대한 가위 그림과 점선을 스프레이로 그리는 장면이다. 그래피티이자 일종의 반달리즘이다.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이 오프닝 장면은 공동감독인 벤 나이트와 트래비스 러멜의 의도와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한다. 이젠 그만 댐을 없애자는 것이다.
영화의 오프닝만큼 충격적인 것은 내용이다. 아무리 땅덩이가 큰 나라이긴 해도 미국에는 댐이 8만5천 개가 된다(2014년 기준. 2023년 기준으로 2미터 이상의 댐은 9만 개)는 점에 실로 놀라게 된다. 미국의 댐은 크게 두 개의 강에 집중돼 있다. 하나는 남서부의 콜로라도강이고 또 하나는 북서부의 컬럼비아강과 그 지류 스네이크강 유역이다. 콜로라도강은 후버 댐과 (거대한 인공 저수지 파월호를 형성한) 글렌 캐니언 댐이 상징적이다. 컬럼비아강 유역에는 특히 많은 댐이 집중돼 있는데 이 댐들 때문에 연어 생태계가 완전히 사라졌다. 당연히 연어잡이를 하던 아메리카 원주민 커뮤니티도 붕괴했음을 다큐는 고발한다.
영화는 이 모든 댐 공학의 맹신이 거대한 후버 댐 건설부터 시작됐음을 알린다. 후버 댐은 32대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때 대공사로 건설된 댐으로, 31대 대통령 허버트 후버에서 이름을 따와 개칭(본래 이름은 볼더 댐)되었다. 루스벨트 때이고 완공 시기가 1935년이란 점만 보더라도 그가 뉴딜 정책, 대공황의 실업난을 극복하기 위해 벌인 공공 건설 정책에 따른 것임을 알 수가 있다. 대대적으로 인구가 유입됐던 미 서부에 물과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실업자들에게 대대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연히 환경보호나 생태계 보전은 뒷자리일 때였다. <댐네이션: 댐이 사라지면>은 후버 댐의 압도적으로 웅장한 규모를 담아내며 인간이 이룬(혹은 자행한) 자연 정복의 모습을 보여 준다. 루스벨트는 후버 댐을 ‘인간의 공학이 이루어 낸 가장 경이로운 성과’로 평가했다. 미국의 댐 건설 붐은 이 후버 댐의 완공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만5천 개나 되는 댐 중 상당수가 현재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다큐는 주장한다. 기능을 잃은 댐에서는 물이 썩거나 유입되어야 할 강물이 말라 버리는 등의 환경문제가 발생한 지 오래라는 것이다. 당연히 수력발전의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워싱턴 주 소재 엘와강의 높이 64미터짜리 글라인즈 캐니언 댐을 철거 폭파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미국의 댐들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직시하게 한다.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댐을 정비하되 그게 안 되면 엘와 댐의 경우처럼 아예 댐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 나간다. 영화 <댐네이션: 댐이 사라지면>은 수자원과 환경보호를 위해 지금의 미국 정부가 당장 행동에 나설 것을 역설한다.
댐을 해체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마치 원자력 발전소를 해체할 것인가, 아니면 원자력이 현대 세계의 필수 에너지인 만큼 발전소를 유지하거나 확대해야 하는가, 사이의 논쟁과 같다. 대체로 진보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를 일정 시기 이후에는 더 이상 짓지 않겠다는 공약을 앞세우고 있지만 해외 원자력 발전소 건설 수주에는 관대한 태도를 보여 환경론자들로부터 이중적이라는 비판을 받곤 한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2023년 <뉴클리어 나우>란 다큐멘터리를 발표해 논쟁의 한가운데로 스스럼없이 걸어 들어가기도 했다. <뉴클리어 나우>는 원자력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교육으로 사람들이 ‘핵전쟁’과 ‘원자력’을 혼동하게 되었고 이것이 대중에 핵과 방사선 유출이라는 무의식적 공포를 만연시킨다고 비판하며 원자력 에너지는 재생 에너지와 함께 기후변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선택지임을 강조하는 내용의 원자력 옹호 다큐멘터리이다. 그러나 올리버 스톤 감독은 이 다큐 직후, 거대 원전산업의 로비와 프로파간다에 현혹됐다는 직설적인 비판에 직면했으며 최소한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대안이나 발전소 건설 과정에 투입되는 막대한 시간과 자본의 문제를 외면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는 모양새였다. 너무 안이한 다큐였다는 비판에 몰렸다. 이후 올리버 스톤의 <뉴 클리어 나우>는 사실상 용도 폐기됐으나 이슈의 제기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기후환경 문제의 대체 에너지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현실 인식의 문제만큼은 공유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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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스톤의 원자력 옹호 다큐 <뉴클리어 나우>. 상영후 대대적 비판에 몰렸다 - 사진 출처 : Daum 영화
12년 전 영화제 등에서 공개될 때가 아닌 지금의 시점에서 볼 때 영화 <댐네이션: 댐이 사라지면> 역시, (향후 수력 에너지원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를 질문한다면) 무조건적 댐의 해체는 오히려 대안이 부족한 주장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한다. 태양에너지나 풍력에너지는 날씨에 의해 제한된다는 원천적인 한계를 지닐 수 있다. (물론 에너지 저장 기술은 계속 연구 발전되고 있다) 반면 비교적 안정적인 대용량 친환경 에너지는 ‘수력발전’일 수 있다. 태양열과 바람, 물은 상호 보완적으로 모두 필요한 청정 에너지원이다. 기후변화를 늦추거나 막으려면 태양에너지와 함께 수력발전이 필수적이다. 미국에 이어 중국이 자국 내에 대대적인 댐 건설을 추진하고 나선 이유이다.
<댐네이션: 댐이 사라지면>에 나오는 많은 인터뷰어들, 환경론자들은, 수력발전 명분으로 댐을 만들면 물이 고이고 물고기와 유기물이 썩으면서 온실가스의 주범인 메탄이 대량 발생하게 됨을 지적한다. 그럼에도 <댐네이션: 댐이 사라지면>은 모든 댐을 없애기보다는 낡은 댐을 해체하거나 재정비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모으며 우회한다. 통제되지 않은 댐은 수력발전의 기능조차 거의 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댐이 사라지면’의 부제와 달리 이 다큐멘터리의 결론은 급진적이지 않다. 전부 없애기보다는 보완하고 정비해서 올바로 사용해야 한다는 쪽이다. 한국 최승호의 다큐멘터리 <추적> 또한 4대강 개발에 따른 환경 오염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보 해체를 촉구하면서도) 무엇보다 보의 대대적인 정비에 나서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보는 댐의 작은 개념이다. 영화 <댐네이션 : 댐이 사라지면>의 댐 철거 논쟁과 <추적>에서의 보 해체 논란은 생태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재정비라는 온건한 정치적 결론으로 수렴된다. 환경 다큐는 결국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것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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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 겸 사장 출신 최승호의 4대강 다큐 한 장면 - 사진 출처 : Daum 영화
<댐네이션: 댐이 사라지면>은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돼 개봉되지 못했다. 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즘, 댐의 무분별한 건설이 어떤 폐해를 가져오는지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다는 건 매우 유익한 일이다. 세상 모든 일은 빛과 어둠을 같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걸 흔히들 균형이라 부른다. 이 영화가 1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소환될 줄은 몰랐다. 모두 ‘솔라타임즈’ 덕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글쓴이 소개]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나왔다. 연합뉴스, 와이티엔(YTN)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영화 주간지 <필름2.0(FILM2.0)>과 <씨네 버스(cine bus)>, <엔키노(nKINO)> 등에서 영화 전문 기자 및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마켓위원장,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산 동의대학교 영화과 초빙교수 역임, 현재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 DMZ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작은 영화가 좋다', '사랑은 혁명처럼 혁명은 영화처럼', '불온한 영화를 위하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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