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루의 시선] 버려지는 전기, 대규모 산업 단지 수도권 고집 인식 버려야 > 정책/법

본문 바로가기

정책/법

[태일루의 시선] 버려지는 전기, 대규모 산업 단지 수도권 고집 인식 버려야

profile_image
태일루 기자
2025-07-23 13:57 0

본문

전남 해남의 들녘은 여전히 태양을 품는다. 오후 1시, 모듈 위로 바람이 지나가고 인버터는 묵묵히 출력 수치를 올린다. 그러나 이 전기는 어디에도 가지 못한다. 2.4GW. 전남·광주 지역에서만 계통에 연결되지 못하고 대기 중인 발전 용량이다. 전북까지 합치면 4GW를 넘긴다. 원자력발전소 네 기가 하릴없이 가동만 하고 있는 셈이다.


전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흘려보낼 길이 없다. 왜냐고? 망이 없다. 전력망, 송전선, 접속점, 어디 하나 제때 확충된 것이 없다. 발전사업자들은 대기표만 붙잡고 수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송전선은 수도권으로만 향해 있고, 변전소는 이미 포화다. '수요가 없어서 그렇다'고? 그건 핑계다. 수요는 있고 수요는 움직일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사람이 안 간다는 것보다 가지 않으려 한다는 데 있다.


용인, 평택, 수원. 엔지니어들이 희망 근무지로 꼽는 ‘남방 한계선’이다. 그 아래로는 경력을 쌓기 위한 임시 주둔지일 뿐 미래를 건 자리로 여기지 않는다. 전남에서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는 말에 의심부터 하고 전북에서 RE100 클러스터를 만든다는 계획에 반신반의한다. 이는 지방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에만 머무르려는 전체 산업 생태계의 사고방식이 병들어 있는 것이다.


서울이 아니라도 된다. 수도권이 아니라도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빛은 남쪽에서 생산되고 있다. 전력의 중심이 남하했는데 왜 산업은 그대로인가?

왜 RE100 공장을 경기 남부에 짓고 왜 인재 양성도 서울 테두리에서만 이뤄지는가?

수도권의 땅값, 인건비, 계통 포화, 미세먼지까지 감안하면 이제는 대규모 산업이 지방으로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과감해야 한다.

RE100을 진짜로 할 생각이라면 전북 김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전남 해남에 반도체 전력 테스트베드를 만들어야 한다.

해외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해 사막과 해안에 공장을 짓듯이 우리도 이제는 ‘광역 경제권’ 개념을 버리고, 전력망을 따라 산업을 옮겨야 한다.


정부는 8.9GW의 대기 전력을 줄이기 위한 망 확충을 이야기하지만 그보다 선행돼야 할 건

“사람이 움직이게 만드는 비전”이다.


에너지 기반 스타트업이 전남 나주에 본사를 두는 일이 더 이상 이상해 보이지 않아야 한다.

지역 거점 국립대와 함께 R&D를 묶고 기업이 수도권이 아닌 남해안에 본사를 이전할 때 세금과 금융을 통째로 우대해줘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더 늦기 전에 말해야 한다.

“모든 전력은 수도권으로 가야 한다”는 말은, 틀렸다.

이제는 "수도권이 전력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버려지는 전기보다 더 안타까운 건,

지금 이 순간에도 바뀌지 않는 잘못된 중심성이다.


남부 지방은 태양이 뜨는 곳이다.

이제는 거기에 산업도 뜨게 해야 한다.


69ed022f50280615169c29e3f4808c9a_1753247129_1481.JPG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61 건 - 3 페이지

폭염 속 전력수요 급증…태양광 발전, 시간대별 최대 22% 기여

7월 넷째 주, 전국을 강타한 폭염 속에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태양광 발전이 시간대별로 최대 22%까지 수요를 감당하며 전력 수급 안정화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거래소(KPX)에 따르면 7월 25일과 28일 오후 2시 무렵 전국 총전력수요…

박담 기자 2025.07.29

[태일루의 시선] 원전, 가장 위험한 전력원

원전을 짓는다는 건, 결국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위험한 쓰레기를 만드는 일이다. 처음엔 강력해 보인다. 수조 원 짜리 초대형 프로젝트. 국가가 나서고 전문가들이 동원되고 ‘에너지 안보’니 ‘기후위기 대응’이니 멋진 말들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끝을 보면 다르다.…

태일루 기자 2025.07.27

열람중[태일루의 시선] 버려지는 전기, 대규모 산업 단지 수도권 고집 인식 버려야

전남 해남의 들녘은 여전히 태양을 품는다. 오후 1시, 모듈 위로 바람이 지나가고 인버터는 묵묵히 출력 수치를 올린다. 그러나 이 전기는 어디에도 가지 못한다. 2.4GW. 전남·광주 지역에서만 계통에 연결되지 못하고 대기 중인 발전 용량이다. 전북까지 합치면 4GW를…

태일루 기자 2025.07.23

윤준병 의원,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법’ 대표 발의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국회의원(전북 정읍·고창)이 21일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법’을 대표 발의했다. 농지 위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농사와 발전을 병행하는 이른바 ‘영농형 태양광’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농가 소득을 높이고 탄소 중립 전환을 가속하겠다는 취지다. …

박담 기자 2025.07.21

정부, RE100 산업단지 법제화 본격 착수

한전 재정 악화 우려 속, 전력요금 인센티브 논란 불붙어정부가 기업 대상 ‘RE100 산업단지’ 법제화에 본격 착수했다. 대통령실은 7월 내 특별법 입법예고를 지시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관련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규제 특례와 전기요금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 중이다.RE10…

박담 기자 2025.07.18

호남권 재생에너지 2.3GW 접속 재개 본격 이행

전력망 부족에 따라 현재 ’31년 이전 신규 발전허가를 제한하고 있는 지역에서, 계통 접속이 재개될 계획이다.현재 호남권, 강원/경북 동해안 등은 발전 설비에 비해 전력망이 부족한 상황으로 발전 사업자는 신규 발전 허가를 받더라도 전력망 보강 시점 이후로 계통 접속이 …

박담 기자 2025.07.16

정부, 기후 대응·에너지 인프라 투자 확대…추경 통해 총 117억 원 증액

정부가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인프라 강화를 위한 재정 투자를 확대한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는 고효율 송전 기술, 차세대 태양전지, 미세먼지 저감 장비 등 친환경 신산업 분야에 총 117억원이 증액 반영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 등 관계부처는 2025년…

박담 기자 2025.07.15

관계부처 합동 「RE100 산업단지 추진 TF」 발족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안덕근, 이하 산업부)는 관계기관 합동 「RE100 산업단지 추진 TF」를 구성할 계획이다. RE100 산업단지는 지역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여 입주 기업의 RE100 목표 달성을 뒷받침하는 산업단지로서, 새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국정과제이다.…

박담 기자 2025.07.11

[태일루의 시선] 트럼프가 역주행해도 대세는 멈추지 않는다

태양광 10% 돌파, 재생에너지 32.8%… 데이터가 말하는 진실 도널드 트럼프가 돌아온다고 해서, 태양은 지지 않는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2025년 4월 전력 통계는 이 사실을 숫자로 증명했다. 올해 4월, 태양광은 미국 전체 발전량의 10.7%를 차지하…

태일루 기자 2025.07.01

경기도, 전국 최초 ' 기후 격차 해소 기본조례' 제정 - 포용적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

- 기후격차 개념 정립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으로 양극화 해소 기대-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역량 강화, 저소득층 등 지원을 통한 기후복지 실현기후위기로 발생하는 경제적․환경적․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취약계층 보호 등에 대한 지원 근거를 담은 ‘기후격…

이지영 기자 2025.06.27

영광군, 영광형 햇빛 · 바람연금 군민참여 제도 구체화

-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대한 군민참여 및 개발이익 공유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 입법 예고영광군(군수 장세일)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대한 군민참여 및 개발이익 공유 조례 제정의 후속 조치로 시행규칙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영광군)이번에 …

이지영 기자 2025.06.23

[태일루의 시선] 유가가 오르면 태양광 사업자는 웃는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전기 요금이 오른다. 이는 상식에 가까운 이야기다. 그런데 같은 상황에서도 웃는 사람들이 있다. 연료를 쓰지 않는 발전 사업자들. 그중에서도 태양광 사업자다. 전력시장에선 연료비가 싸움의 핵심이다. 우리 나라의 계통한계가격(SMP)은 공급자 중…

태일루 기자 2025.06.23

[태일루의 시선] 민간 아파트 태양광 의무화,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다

민간 아파트에 태양광을 의무화하면 서민 주거비가 오른다고 한다. 단골처럼 반복되는 주장이다. 그런데 정작 그 ‘부담’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 누구에게 얼마나 돌아가는지 명확히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신 “중국산 패널”, “친중 정책” 같은 정치적 수사를 덧붙여 반대 여…

태일루 기자 2025.06.22

[태일루의 시선] 세계는 원전 회귀 중? 현실은 '재생 에너지'

몇 년 전만 해도 원전은 시대에 뒤처진 기술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다시 복귀 움직임이 거세다. 일본은 후쿠시마 악몽을 잊은 듯 노후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고 프랑스는 6기의 신규 원자로 건설을 선언했다. 미국은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세액 공제를 붙여 민간 투자를 유…

태일루 기자 2025.06.17

[태일루의 시선] 임야를 망친 건 박근혜였고, 프레임을 판 건 윤석열이다

문재인은 억울하다. 태양광 난개발의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쏟아졌지만, 원인을 따져보면 엉뚱한 방향이다. 산을 깎고 숲을 밀어 태양광을 깔자고 한 건 박근혜였다. ‘신재생 확대’란 명분 아래, 산지 일시사용 허가 기준을 완화하고, 임야를 발전소 부지로 무차별 개방…

태일루 기자 2025.06.07
기사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