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은 묶이고, 해외 원전은 적자…중동 리스크까지 겹친 한전 재무 ‘삼중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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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기요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전력이 해외 원전 사업 손실과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까지 동시에 떠안으며 재무 부담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이 겹치면서 연료비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전의 재무 리스크는 단기 문제가 아닌 구조적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전은 해외 원전 사업을 포함한 건설 계약에서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이집트 엘다바 원전과 UAE 바라카 원전 등 주요 프로젝트에서 공사비 증가와 계약 조건 변화가 반영되며 손실이 발생했다.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 차질이 겹치며 사업 수익성은 당초 기대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여기에 최근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와 LNG 가격 상승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은 발전 연료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중동 리스크는 곧바로 한전의 전력구입비와 연료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과거에도 중동 정세 불안은 전력 원가 급등의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 상승 압력이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전은 상승한 원가를 자체적으로 흡수해야 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 전기요금은 한전 수익의 핵심 축이지만 정책 변수로 묶이면서 수익 조정 기능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상태다.
결국 한전은 국내에서는 요금 규제로 수익을 확보하지 못하고 해외에서는 원전 사업 손실을 떠안으며 외부적으로는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 리스크까지 감당해야 하는 ‘삼중 압박’에 직면했다. 원전 수출은 국가 전략 사업으로 추진되지만, 사업 리스크와 비용 증가는 기업 재무에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한전은 원전 운영을 통한 장기 배당 수익 등을 기대하고 있으나 이는 수십 년에 걸친 불확실한 미래 수익에 기반한 것이다. 반면 현재 발생하는 손실과 비용 증가는 즉시 재무제표에 반영되며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단기 손실을 장기 기대 수익으로 상쇄하는 방식은 현실적인 대응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현실화와 정책 사업 구조 재정비 없이는 한전의 재무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리스크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변동성까지 고려하면 가격 통제와 비용 증가가 동시에 지속되는 현재 구조는 적자를 고착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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