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요구하는 한전, 재무 부담을 발전사업자에게 떠넘겨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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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조원 선납 요청 무산에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 제기…8천억원 성과급 논란 속 발전사업자 부담 가중 우려
한국전력공사가 전력망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막대한 부채와 송배전망 확충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4년여 동안 임직원에게 8천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영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익과 직결되는 전력도매가격(SMP) 인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전력산업의 재무 부담을 발전사업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력망 투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전기요금 인상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총 25조원 규모의 전기요금 선납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한전의 재무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2023년 644%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444%를 기록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발생한 누적 손실과 금융비용이 상당한 부담으로 남아 있다.
반면 임직원 성과급 지급 규모는 상당하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한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지급된 성과급은 총 8,032억원에 달했다.
한전은 5년 연속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됐지만 정부 경영평가에서는 최근 2년 연속 A등급을 받았다. 영업실적 개선에 따른 성과를 인정할 필요는 있지만 막대한 부채를 안고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하는 공기업의 성과급 지급 규모가 적절한지는 따져볼 문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재무 부담이 전력시장 참여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배분되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발전사업자의 수익을 좌우하는 SMP를 낮추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전력 구매비용을 줄여 전력시장 전체의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지만 발전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SMP는 연료비와 전력 수급 상황 등 시장 요인에 따라 결정되는 가격이다. 따라서 가격 하락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발전사업자의 투자비용과 금융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책적으로 가격 인하만 강조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은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상당한 초기 자금을 투입하고 장기간에 걸쳐 투자금을 회수한다. 계통 접속비용과 금융비용도 사업자가 부담한다. 특히 소규모 사업자는 발전량과 시장가격의 변동에 대응할 여력이 크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력망 확충 지연에 따른 부담까지 발전사업자가 떠안는 구조는 개선이 필요하다. 계통 접속을 위한 비용을 납부하고도 한전으로부터 공사 일정과 접속 시기를 명확히 안내받지 못해 사업 일정에 차질을 빚는 사례도 있다.
한전의 전력망 투자는 특정 발전사업자를 위한 사업이 아니다. 산업계의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국가의 에너지 전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공공 인프라 투자다. 따라서 그 비용은 투자 효과와 수혜 범위에 따라 합리적으로 배분돼야 한다.
전력망 확충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한전의 설명에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해서는 경영 효율화와 합리적인 요금체계 개선이 우선 검토돼야 한다. 발전사업자의 수익을 일방적으로 축소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국가적 과제로 제시하면서 정작 민간 발전사업자의 투자 여건을 악화시킨다면 정책 목표와 실행 수단이 충돌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전의 재무 위기는 전력산업 전체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그 책임까지 발전사업자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공기업의 경영 책임과 전력망 투자비용의 합리적 분담 원칙을 먼저 확립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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