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생에너지 120GW ‘계통 미연결’ 위기…전력망 병목이 에너지 안보 위협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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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역에서 송배전망 용량 부족으로 인해 120GW 이상의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가 계통에 연결되지 못할 위험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망 병목이 기술적 문제가 아닌 에너지 안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의 분석에 따르면, 유럽 20개국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송전망 운영자가 신규 풍력과 태양광을 수용할 충분한 계통 용량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라트비아, 네덜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에서 병목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규모는 공식 통계보다 클 가능성도 제기된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주요 전력 시장이 계통 용량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실제 제약 규모는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데이터를 공개한 17개국 기준으로는 2030년까지 계획된 대형 풍력과 태양광 설비의 약 66%가 계통 연결 지연 또는 불가 위험에 직면해 있다.
가정용 분산형 설비도 예외가 아니다. 배전망 제약으로 인해 약 16GW 규모의 지붕형 태양광 설치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150만 가구 이상의 전력 전환 계획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에너지 위기 이후 급증한 가정용 태양광 투자 흐름이 계통 한계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의미다.
전력망 제약은 산업 투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신규 산업용 전력 수요를 수용할 여유 용량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루마니아는 신규 산업 부하 수용이 불가능한 상태이며, 반대로 체코는 비교적 충분한 여유 용량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과 데이터센터 투자 입지 역시 전력망 여건에 따라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의 에너지 전략은 전기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구조다. 그러나 전력망 확충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 축소와 전력 가격 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최근 반복되는 에너지 가격 변동 상황에서 전력망은 단순한 인프라를 넘어 정책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리적 송전망 확충 외에도 유연성 자원과 수요관리 등 ‘비전선(Non-wire) 해법’을 병행할 경우 최대 185GW 규모의 추가 수요를 기존 인프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전력망 투자와 운영 방식 전환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 자체가 구조적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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