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폭염 속 태양광의 재발견…전력수요 급증 때 오히려 발전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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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월 EU 전력의 25% 태양광이 공급…폭염일 발전량 최대 17% 증가
냉방수요 급증한 낮 시간대 전력 공급 버팀목…원전·화력·수력은 폭염에 제약
해진 뒤 전력가격 급등은 숙제…ESS·수요반응 확대 필요성 부각
글로벌 에너지 싱크탱크 EMBER에 따르면 기록적인 폭염이 유럽 전력망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태양광 발전이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의 핵심 전원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폭염이 심해질수록 발전효율이 크게 떨어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실제 유럽 전력시장에서는 강한 일사량을 바탕으로 태양광 발전량이 증가하며 냉방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과 7월 유럽 곳곳에서는 기온이 40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졌다.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면서 상당수 국가의 전력수요도 평년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헝가리와 이탈리아 등에서는 폭염 기간 냉방수요 증가가 전력 소비를 끌어올렸으며 일부 지역의 하루 전력수요 증가폭은 최대 25%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태양광이 전력 공급의 안전판 역할을 했다. 6월과 7월 폭염 발생일의 태양광 발전량은 같은 기간 일반적인 날보다 최대 17%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높은 기온에 따른 태양광 모듈의 효율 저하에도 불구하고 맑은 날씨와 강한 일사량에 따른 발전량 증가 효과가 이를 상쇄한 것이다.
유럽연합(EU)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태양광의 역할 확대가 뚜렷하다. 올해 6월 EU의 태양광 발전량은 약 52TWh로 전체 전력 생산량의 25%를 차지했다. 월간 기준 태양광 발전 비중이 4분의 1에 도달한 것은 처음이다. 이어 7월에도 태양광이 EU 전력의 약 25%를 담당하면서 두 달 연속 주요 발전원으로 자리 잡았다.
폭염 시 태양광의 가치는 단순한 발전량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폭염이 발생하면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낮 시간대 전력수요가 크게 증가한다. 태양광 발전량 역시 같은 시간대에 증가하기 때문에 전력수요와 발전량의 시간적 상관관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기존 발전원과 전력 인프라는 폭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원전과 석탄·가스화력 발전소는 냉각을 위해 대량의 물을 필요로 한다. 폭염과 가뭄으로 강과 저수지의 수온이 상승하거나 수량이 감소하면 발전소의 출력이 제한될 수 있다. 실제 유럽에서는 고온으로 인한 냉각수 문제가 원전 운영에 영향을 주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수력발전 역시 가뭄과 강수량 감소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송전망도 예외가 아니다. 외부 기온이 높아지면 송전선의 허용 송전용량이 감소할 수 있으며 변압기 등 주요 전력설비 역시 과열 위험에 노출된다. 기후변화로 폭염이 잦아질수록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태양광만으로 폭염에 따른 전력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에서 올해 폭염 기간 전력시장이 가장 불안정해진 시간은 태양광 발전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해질 무렵 이후였다. 낮 동안 태양광이 냉방수요 증가를 상당 부분 흡수했지만 해가 진 뒤에도 높은 기온이 지속되면서 냉방수요는 쉽게 줄지 않았다. 이 시간대 태양광 발전은 사라지고 가스발전 등 상대적으로 비싼 발전원의 투입이 증가하면서 전력가격이 급등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하루전시장 전력가격은 폭염 기간 2022~2023년 유럽 가스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문제의 핵심이 낮 시간의 태양광 공급 부족보다 일몰 이후 전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ESS)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낮 동안 생산된 태양광 전력을 저장했다가 저녁 시간대 공급하면 태양광 발전량이 감소하는 시간과 냉방수요가 지속되는 시간 사이의 간극을 줄일 수 있다. 전력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간대의 전기를 저장해 가격이 높은 시간대 사용하는 만큼 전력시장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수요반응(DR)과 시간대별 전기요금제 등 소비 측면의 유연성 확보 역시 필요하다. 전력 생산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폭염에 대응하기보다 전력수요를 분산하고 저장장치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력 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유럽의 폭염은 태양광 발전에 대한 기존의 통념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기온이 높아지면 태양광 모듈의 발전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폭염 시 태양광의 전력 기여도가 낮다고 단정하는 것은 실제 전력계통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모듈의 순간적인 효율이 아니라 폭염이 발생하는 시간대의 전체 발전량과 전력수요 그리고 다른 발전원의 가동 여건이다. 유럽의 사례에서는 폭염일 태양광 발전량이 오히려 최대 17% 증가했고 냉방수요가 집중되는 낮 시간대 전력 공급을 담당했다.
기후변화 시대의 전력망은 단순히 어떤 발전원이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느냐의 경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폭염과 가뭄에 대한 발전원의 회복력, 전력수요와 발전시간의 일치 여부, 저장장치와 송배전망의 유연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유럽의 올여름 전력시장은 그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폭염 속에서 태양광은 전력망의 부담을 키운 전원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을 덜어준 전원이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낮에 풍부하게 생산되는 태양광 전력을 저녁까지 연결하는 저장장치와 유연한 전력망을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에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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