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소송 각하…사법 판단은 멈췄고 정책 책임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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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조치를 둘러싼 행정소송이 본안 판단 없이 각하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월 29일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제기한 출력제어 관련 소송에 대해 해당 조치가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를 각하했다. 법원은 출력제어의 정당성이나 필요성 자체는 판단하지 않았다.
법원은 출력제어 조치를 실제로 집행한 주체를 한국전력공사로 판단했다. 전력계통 운영을 담당하는 전력거래소는 제어계획 수립과 목표량 통보 역할에 한정되며 개별 발전사업자에 대한 출력제어 결정과 실행은 한전이 계약 관계에 따라 이행한 사법상 행위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출력제어 조치는 행정소송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봤다.
이번 결정으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는 행정적·사법적 통제의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됐다. 전력계통 안정이라는 공적 판단에 따라 사실상 강제력이 수반되는 조치임에도 발전사업자는 이를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 통로가 차단됐다. 출력제어가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적법성과 타당성에 대한 실체적 판단은 제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확인된 셈이다.
시민단체 기후솔루션은 이번 판결이 출력제어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책임 주체가 불분명한 제도 구조를 드러낸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출력제어는 개별 계약 분쟁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투자 환경과 전력시장 운영 원칙, 국가 탄소중립 목표와 직결된 정책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근본 원인으로는 화력·원전 중심의 계통 운영 구조가 지목된다. 필수운전 발전기 지정이 광범위하게 유지되고, 발전기별 최소발전용량이 과도하게 보장되면서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마다 재생에너지가 우선 감축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주 지역을 시작으로 도입된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역시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필수운전 기준 재검토와 화력발전기 최소발전용량의 단계적 하향, 계통 운영 정보 공개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출력제어와 계통 접속 제한이 언제, 어떤 사유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는 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둘러싼 사회적 신뢰 회복은 어렵다는 판단이다. 사법 판단의 한계가 확인된 만큼 향후 해법의 중심은 정책과 제도 개편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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