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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률만 높여선 ‘친환경’ 아니다…한국 바이오연료 정책, 원료 기준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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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담 기자
3시간 48분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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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S 도입 후 팜계 원료 사용 4배 증가…2024년 76만 6000톤·국내 바이오디젤 원료의 72%

인도네시아 37개 정제소가 한국에 공급 그중 13곳이 한국행 물량 약 90% 차지해

국내 주요 5개 수입·가공기업, 공개자료에서 공급망 전체 NDPE 또는 동등한 조달기준 확인 안 돼

혼합량 아닌 실질 감축성과 중심으로 전환…간접 토지이용변화 포함 전과정평가·지속가능성 기준·공급망 실사 촉구


기후솔루션은 10일 보고서 ‘한국 바이오연료의 이면: 인도네시아–한국 팜유 공급망의 지속가능성 리스크’를 발간하고, 한국의 바이오연료 정책이 혼합량 확대에 집중한 나머지 원료의 실제 기후성과와 공급망 책임을 관리하는 제도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재의 문제가 일부 공급업체의 일탈에 그치지 않으며, 어떤 원료가 어떤 과정을 거쳐 들어오는지 묻지 않은 채 혼합률 달성을 우선해 온 정책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2015년 신·재생에너지 연료 혼합의무제도(RFS)를 도입한 뒤 자동차용 경유의 바이오디젤 혼합률을 단계적으로 높여 왔다. 2026년 현재 혼합의무 비율은 4%이며, 정부는 2021년 발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통해 2030년까지 이를 8%로 상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행 RFS는 혼합량과 연료 품질, 의무이행 실적을 관리하지만, 보고서는 공급망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을 평가하는 전과정평가, 산림파괴·이탄지 훼손과 연계된 원료를 배제하는 구속력 있는 지속가능성 기준, 원산지 추적성과 기업의 환경·인권 실사를 의무이행 인정의 핵심 요건으로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하면, 정부는 바이오디젤을 몇 퍼센트 섞었는지와 연료 품질은 확인한다. 그러나 원료별로 실제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였는지, 생산 과정에서 숲과 지역사회에 어떤 위험이 있었는지를 의무적으로 확인하고 공개하는 제도는 충분하지 않다.

 

그 결과 2024년 국내 바이오디젤 생산에 사용된 팜유와 팜 파생물은 76만 6000톤으로, RFS가 도입된 2015년보다 약 4배로 증가했다. 전체 바이오디젤 원료에서 팜계 원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72%에 달했다. 보고서는 이를 단기적인 원료 수급 현상이 아니라, 원료별 환경성과 공급망 위험을 구분하지 않은 채 바이오연료 사용량 자체에 정책적 가치를 부여해 온 제도가 만든 구조적 의존으로 평가했다.

 

한국은 정제 팜유뿐 아니라 팜지방산증류물(PFAD)과 팜유 공장폐수에서 회수한 오일(POME) 등 팜 파생물에도 크게 의존한다. 정제 팜유의 주요 공급국은 말레이시아인 반면,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PFAD·POME 수입량 대부분을 공급한다. 이러한 파생물은 여러 착유공장과 정제시설에서 나온 원료가 혼합되고 중간 거래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플랜테이션까지 역추적하기 어렵다. 부산물 또는 폐기물이라는 분류만으로 낮은 환경위험이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보고서의 지적이다.

 

PFAD는 팜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지방산 부산물이고, POME 유래 오일은 팜유 공장 폐수에서 회수한 기름이다. 둘 다 부산물·회수유지만 여러 공급처의 원료가 섞일 수 있어, 산림훼손이나 토지분쟁과 무관한지 확인하려면 원산지를 따라가는 추적이 필요하다.

 

기후솔루션이 2023~2025년 상업용 선적 기록을 분석한 결과, 분석 대상 선적에서 한국 기업은 인도네시아의 37개 정제소로부터 팜유와 팜 파생물을 조달했으며 이 가운데 13개 정제소가 분석 대상 한국행 물량의 약 90%를 공급했다. 분석 물량의 90% 이상은 산림·이탄지 훼손, 토지권 분쟁, 법적 제재, 부패 또는 공급망 투명성 문제 중 하나 이상의 사례가 정부 자료, 인증기관 기록, 기업 공시나 시민사회 조사에서 확인된 공급업체 그룹과 연결돼 있었다.

 

또한 분석 대상 2025년 한국행 물량의 23%는 같은 해 말 수마트라 홍수 피해지역에 양허지 또는 조달망을 둔 공급업체 그룹과 연결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수치들은 해당 물량이 모두 불법적으로 생산됐거나 한국 기업의 조달이 특정 환경피해 또는 홍수를 직접 일으켰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공개된 현행 제도에서 수입기업과 정부가 이러한 지역·공급업체 위험을 사전에 확인하고 대응하도록 하는 의무가 명확히 제도화돼 있지 않다는 정책 공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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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

 

이 수치를 읽을 때 핵심은, ‘90%가 불법’이라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이 대량으로 조달하는 공급망 대부분에서 확인해야 할 위험 신호가 발견됐는데도, 이를 의무적으로 들여다보고 대응하게 하는 국내 규칙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보고서의 문제 제기다. 유럽연합 등 주요 시장이 바이오연료의 지속가능성 기준을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시장으로 고위험 원료가 재배치될 가능성도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위험을 막기 위해 한국 역시 원료 기준과 공급망 관리체계를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의 자발적 관리체계도 이러한 공백을 충분히 메우지 못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제이씨케미칼, DS단석, SK에코프라임, GS글로벌, HD현대오일뱅크를 인도네시아산 팜유와 팜 파생물을 수입하거나 바이오연료용으로 가공하는 주요 기업으로 확인했다. 발간 시점 공개자료를 검토한 결과, 이들 5개 기업에서 공급망 전체에 적용되는 산림파괴·이탄지 개발·착취 금지(NDPE) 정책 또는 이에 상응하는 조달 기준을 명시적으로 공개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3개 기업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았으며, 5개 기업 모두 보고서 연구를 위한 설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NDPE는 쉽게 말해 기업이 공급망 전체에서 산림을 베지 않고, 이탄지를 개발하지 않으며, 노동자와 선주민·지역사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조달 원칙이다. 다만 선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실제 공급처를 확인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예방·시정·구제한 결과를 공개하는 공급망 실사가 뒤따라야 한다.

 

보고서는 한국 기업의 역할이 단순한 원료 수입을 넘어 플랜테이션과 정제시설을 직접 소유하거나 투자하는 상류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치사슬에 대한 소유와 통제가 커질수록 기업의 환경·인권 실사와 정보공개 책임도 강화돼야 하며, 투융자를 제공하는 금융기관 역시 공급망의 산림·인권 위험을 심사하고 관련 노출과 대응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바이오연료 정책의 기준을 ‘얼마나 혼합했는가’에서 ‘검증된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했는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연료를 태울 때만 볼 것이 아니라 원료를 생산하거나 수거하고, 가공·운송해 사용하기까지 전 과정에서 나온 배출을 계산해야 한다. 연료용 작물 수요가 늘면서 기존 농업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고, 그 결과 새로 훼손되는 산림과 이탄지의 배출, 즉 간접 토지이용변화도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을 충족한 연료만 재생에너지 실적과 지원 대상으로 인정하고, 산림파괴나 인권 침해와 연계된 고위험 원료는 배제해야 한다.

 

정부는 플랜테이션, 착유공장, 정제소와 수입기업을 연결하는 원료 정보를 공개하고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추적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업의 자기신고나 인증서 보유 여부만으로 의무이행을 인정해서는 안 되며, 인증은 공급망 실사를 대체하는 면책 수단이 아니라 검증에 활용되는 증거 중 하나로 다뤄야 한다.

 

바이오연료 공급망에 관여하는 기업과 금융기관에는 환경·인권 실사, 고충처리와 피해구제, 위험관리 및 공시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 기업 역시 기한과 적용 범위가 명확한 NDPE 정책을 공급망 전체에 적용하고, 공급업체 배제와 개선조치의 이행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인증은 필요한 출발점이지만 공급망 실사를 대신할 수 없다. 보고서는 인증과 기업 서약을 보유한 공급업체에서도 환경·사회적 논란이 이어진 사례를 확인했으며, 인증 적용 범위와 현장 집행, 외부 조달망 검증에 남은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고위험 원료를 걸러내는 기준과 함께 팜계 작물 원료에 대한 구조적 의존 자체를 낮추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향후 항공과 해운으로 바이오연료 수요가 확대될수록 이러한 제도 개편은 더 시급해진다. 정부가 2027년부터 국내 출발 국제선에 지속가능항공유(SAF) 1%를 혼합하는 로드맵을 추진하는 만큼, 바이오디젤에서 나타난 것처럼 혼합률과 공급 확대를 먼저 정하고 원료 기준을 뒤늦게 보완하는 순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이번 분석은 2023~2025년 상업용 선적별 무역 기록, 관세청 자료, 기업 공시, 인증 기록, 인도네시아 정부의 조사·제재 자료와 시민사회 조사 등을 종합했다. 상업용 선적 데이터의 집계량은 관세청 공식 수입량보다 약 15% 많고, HS 코드만으로 각 화물의 팜 유래 여부와 최종 바이오연료 용도를 모두 확정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보고서가 제시하는 공급망 ‘연결’ 또는 ‘노출’은 개별 한국 기업이 특정 환경·인권 침해를 직접 일으켰거나 해당 사실을 인지했다는 판단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성격의 증거를 토대로 잠재적 위험과 관리체계를 평가한 결과다.

 

기후솔루션 산림팀 엘레오노라 파산 연구원은 “한국의 팜유 의존은 시장이 저절로 선택한 결과라기보다, 혼합량에는 정책적 가치를 부여하면서 원료의 산림·배출·인권 비용을 충분히 따지지 않은 제도가 만든 구조적 결과”라며 “정부가 혼합률부터 높이고 안전장치를 뒤로 미룬다면 장부상 감축 실적을 위해 기후·생태·인권 비용을 해외에 전가하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 전과정평가, 산림파괴 배제 기준, 추적성과 기업·금융기관의 공급망 실사를 추가 확대보다 먼저 제도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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