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늘리라더니 낮엔 멈춰라…태양광만 희생되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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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천에서 500kW급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16일 낮 한전으로부터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금일 12시부터 전력거래소의 긴급 출력제어 지시로 출력제어가 시작되었습니다. 14시에 종료 예정이나 기상 여건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이어 “출력제어 종료 시 인버터가 원격 투입될 예정이니 재가동 여부를 확인하라”는 안내도 덧붙었다. 정상 가동 중이던 발전소는 정오가 되자 이유 없이 멈췄다.
이 같은 출력제어 통보는 더 이상 예외적 상황이 아니다. 봄과 가을 낮 시간대마다 반복되는 일상이 됐다. 태양광 발전량은 빠르게 늘었지만 전력 수요와 송전망 확충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계통 안정을 이유로 출력을 줄이는 조치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지만 그 부담은 현장 사업자에게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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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손실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선다. 500kW급 설비를 운영하는 대부분 사업자의 경우 금융 비용과 유지비만 월평균 300만원 이상이 고정적으로 발생한다. 발전이 멈추는 순간 매출은 즉시 끊기고 REC 수익도 함께 줄어든다. 반면 금융 비용과 운영비는 그대로 부과된다. 강제적인 출력 제어임에도 이를 상쇄할 장치는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
문제는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아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정책 방향으로 제시해온 상황에서 실제 운영은 그 흐름과 어긋난다. 태양광 설비 보급을 장려해 놓고 계통 여건을 이유로 출력을 제한하는 방식은 정책 신호의 일관성을 훼손한다. 더욱이 출력제어 대상이 사실상 태양광에 집중되면서 발전원 간 형평성 문제도 불거진다. 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다른 발전원은 유지되고 대응이 빠른 태양광만 반복적으로 줄어드는 구조는 특정 사업자에게 부담을 집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지금의 방식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방향과 충돌할 뿐 아니라 태양광 사업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형태로 굳어지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시각이 겹친다.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상당수가 소규모 개인사업자라는 점이다. 대규모 발전사와 달리 정책 대응 여력이 제한된 구조에서 출력제어 부담이 이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인식이 현장에서 확산되고 있다. 다수의 중소형 발전소는 개인 투자와 금융 대출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어 출력제어에 따른 수익 감소는 곧바로 생계와 직결된다. 그럼에도 보상이나 보완 장치는 제한적으로만 작동하고 있어 소규모 사업자가 사실상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다. 출력제어를 단순 운영 문제가 아니라 시장 구조와 연결된 과제로 보고 일부 지역에서 추가 정산 방식의 시범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입찰시장 확대와 송전망 투자 계획도 제시됐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속도가 더디다. 적용 범위는 제한적이고 손실을 실질적으로 보전하는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송전망 확충 역시 병목으로 남아 있다. 발전 설비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전력망은 여전히 부족하다. 주민 수용성과 인허가 문제로 주요 송전선로 건설이 지연되면서 출력제어는 일시적 대응이 아닌 상시 운영 수단으로 굳어지고 있다.
김모씨의 발전소는 이날 약 1시간 30분 동안 멈췄다. 짧은 시간이지만 손실은 온전히 사업자의 몫으로 남는다. 같은 상황이 반복될수록 수익은 불안정해지고 투자 판단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현장의 사업 환경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출력제어는 계통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비용을 특정 사업자에게 집중시키는 방식이 계속된다면 시장의 신뢰는 유지되기 어렵다. 정책의 방향과 현장의 현실 사이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정오에 멈추는 발전소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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